“올해 초 아들이 총 겨누는 장난 당한다 했는데 … 그때 신고할 걸 후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박모(54) 경위가 쏜 권총 실탄에 맞아 숨진 박모(21) 상경이 올 초 가족들에게 “박 경위가 총으로 자꾸 장난을 친다”며 고민을 털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상경의 아버지 박모(57)씨는 27일 본지 기자와 만나 “올해 초 아들이 휴가 나와 목욕탕에 갔더니 ‘박 경위가 자꾸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장난을 친다’고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아내에게도 사실을 알리고 신고를 할까 고민했지만 행여 아들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못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아들 면회를 가 박 경위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 낙천적이고 밝은 사람이라 느껴 실제 총을 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때 (박 경위가 총으로 장난을 친다고) 신고했다면’ 하는 생각에 후회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다른 의경들도 박 경위가 과거에 두세 차례 권총을 겨누는 장난을 쳤다고 진술했다”며 “사건 당시 다른 의경들은 권총을 보고 피했지만 박 상경은 그대로 앉아 있다가 총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우울증 증세로 약물치료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경위가 현재도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며 사건 당일에도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경위는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