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연의 장엄한 승리 "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원경으로 조감되는 광활한 아프리카 정글지대의 숨막히는 장관.
인간의 지략이 이뤄놓은 문명의 결정체인 그레이스로크 장원의위용.
천연의 신비와 인공의 정교함이 교차·대비되면서, 인간의 끝없는 정복에의 집념을 당당히 압도하는 자연의 장엄함이 영화 전편을 통해 감동깊게 펼쳐진다.
야생인 「존·크레이튼」의 밀림 속에서의 성장과정과 그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서 문명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번득이는 영화다.
영국 탐험대의 일원인 벨기에인 「달노」 는 피그미족의 습격 속에서 유일하게 「존」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는다.
「달노」는 「존」에게 말과 이름을 가르쳐주고, 고향과 혈연의 의미를 깨우쳐준다.
자신의 얼굴을 처음 비춰본 거울과 파괴의 도구로 변할 수 있는 칼이 지니는 의미를 터득하면서, 「존」은 인간세계로의 복귀를 위한 힘든 여정을 시작한다.
「존」 을 과학적 실험대상이나 대장원의 후계자로만 바라보는 차가운, 호기심 어린 시선 중에서도「존」은 조부와의 뜨거운 해후와 「제인」의 사랑 어린 보살핌 속에서 차츰 문명인으로 동화돼 가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는 고향의 의미가 되는 조부의 죽음과, 박물관에 갇혀있던 자기를 키워준 흰 턱수염의 고릴라가 무참히 사살되는 것을 목격한 후 「존」은 더이상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인간들과의 관계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
조부의 죽음 앞에서 야생마같이 포효하는 「존」, 죽은 고릴라를 자신의 부친이라고 외치면서 슬퍼하는 「존」, 헤어지는 「달노」의 마차 뒤서 달려가 다시 한번 손을 잡는 「존」,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존」의 순수한 사랑의 감정과 표현은 우리에게 오래 잊혀졌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존」 에게 있어서 인간사회란 박물관 실험대에 널려진 해부된 고릴라의 모습과 박제된 동물들의 모습, 무의미한 살상으로 나타나는 생명이 없고 자기중심적인 사회이다.
「존」과 고릴라가 조화롭게 살던 자연 속의 질서개념과 온전함은 문명세계의 파괴성·편파성과 강렬하게 대조된다.
「존」은 다시금「달노」와「제인」의 전송을 받으며 자신의 참다운 마음의 고향인 정글속으로 사라져간다.
「존」 의 진정한 자아추구가 정글 속에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달노」의 소망대로 언젠가는 다시 「제인」의 사랑을 찾아 인간세계로 되돌아 올 것인지는 미지수로 남긴 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