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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칼럼] 결혼이 노후 보장에 좋은 몇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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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선임기자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깨지고 갈라진 자리에는 거대한 크레바스(균열)가 발생한다. 이런 자연현상을 사람에 빚대면 현재 한국은 심각한 결혼 크레바스 현상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취업을 위해 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졸업이 늦어진데 이어 취업에 2~3년의 시간을 쏟아붓다보니 결혼 크레바스는 뛰어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서서히 나타나더니 2000년대 이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문이 좁아지더니 2012년부터는 아예 2~3%대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들면서다. 가장 근래 이 충격을 받은 세대는 한국판 Y세대로 불리는 연령그룹에 속한 사람들이다. Y세대는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한 710만명)의 자녀 세대여서 ‘에코 베이비부머’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1979년에서 85년 사이에 태어났으니 올해 30~36세가 됐다. 여성의 초혼연령이 30세, 남성이 33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은 막 결혼을 했지만 남성은 아직도 절반이 싱글이란 얘기다. 사회 진출은 어렵고 고령사회에 비해 퇴출이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Y세대의 앞날을 험난하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일찍 결혼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장수시대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거의 90~100세까지 사는 장수사회에서 기나긴 세월을 혼자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잃고 놓치고 포기하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언제라도 귀가하면 함께 지낼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노후 준비의 든든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아무리 높은 소득을 올려도 둘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점도 장수사회 결혼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포인트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둘이 살면 투자정보와 자금동원 능력도 확대되면서 아무래도 재산이 불어나는 속도와 크기가 혼자일 때와 비교가 안 된다. 무엇보다 결혼하게 되면 생활의 중심에 자녀가 있기 때문에 부부 공동의 목표가 명확해진다. 자녀를 위해 집을 넓히고 이를 위해 저축하고 미래를 광범위하게 설계하게 된다.

자녀의 존재 자체가 노후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성장 과정에서 말썽을 피울 때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닐까. 자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은 부모를 언제나 긴장시킨다. 자녀의 성장을 보면서 인생을 보내게 되면 결코 무료할 시간이 없다. 아무리 자녀로부터 봉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해도 가끔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노후에 큰 힘이 될 터다.

취업이 늦어지고 신혼주택 마련이 어려운데 어떻게 결혼을 하느냐고 반문할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오히려 강조하는 거다. 과거 세대와 달리 현재 젊은 세대는 노후가 참으로 길다. 설상가상으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저축을 통해 노후준비를 하기도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다.

그럴수록 최대한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안정적인 생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주변에서 경험적으로 봐도 결혼한 사람은 처음에는 가진 것 없이 보잘 것없이 출발해도 결국 시간이 가면서 기반을 잡는 경우가 많다. 젊은층에게는 결혼이 장수시대 준비의 관건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두자.

김동호 경제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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