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 로봇이 중난하이에 간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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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1일 리커창 총리(오른쪽)가 중국 기술로 제작된 서빙 로봇을 보고 있다. [사진 중국인민망]

“로봇은 왜 중난하이(中南海)에 들어갔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 매체인 인민망(人民網)은 23일 이런 제목으로 로봇이 사상 처음으로 최고 지도부 사무 및 거주 공간인 중난하이로 들어간 이유를 전했다. 제목 아래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고위 관리들이 빈 식판을 든 로봇과 대화를 하는 사진이 실렸다. 이 로봇은 중국 기술진이 개발해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등 일부 도시 식당에서 이용하고 있다. 외계인을 닮은 이 로봇은 손님이 주문한 요리를 나르고 손님에게 간단하게 안부 인사를 할 수 있다.

 리 총리는 21일 오후 국무원에서 있었던 ‘선진 제조업과 3D인쇄’에 대한 좌담회 전에 식당 로봇은 물론 3D인쇄와 관련된 첨단 제품, 첨단 의료기기 등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이들 기기를 좌담회에 참석시켜 직접 보면서 혁신과 창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날 좌담회는 국무원이 처음으로 실시한 전문 분야에 대한 학습과 토론의 장이었다.

 리 총리는 좌담회가 끝난 후 로봇과 간단한 대화를 하면서 참석한 각부 부장(장관)과 국유기업과 금융 분야 간부 등 50여 명에게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신기술과 새로운 이론을 배워 공직사회 사고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부문에서 오늘과 같은 전문 좌담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새로운 학습을 하라”고 지시했다.

 좌담회에서는 중국 로봇 기술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루빙헝(盧秉恒) 시난자퉁(西南交通)대학 기계공정학원 원장이 45분 동안 관련 기술 동향과 혁신에 대해 강의를 하고 토론을 했다. 루 원장은 “중국의 제조업 기술 지수는 미국(155.9)이나 일본(122.3)·독일(110.7)에 크게 못 미치는 81.4에 불과하다”며 “사고와 시스템의 혁신과 창조 없이는 이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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