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남 재건축 분양가 2년새 2억원(전용 84㎡)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한모(57·서울 삼성동)씨는 2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대치 SK뷰(대치동 국제 재건축) 아파트 견본주택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84㎡(이하 전용면적)형 분양가가 12억6710만~13억5690만원이었다. 2013년 10월 바로 옆에서 나온 래미안 대치 청실(옛 청실)의 같은 주택형(10억2167만~11억9066만원)보다 2억5000만원가량 더 비쌌다. 한씨는 "요즘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다고 하지만 2년도 안 된 사이에 2억원 넘게 오른 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대치 SK뷰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9개 단지가 나올 예정인데 분양가가 1~2년 새 3.3㎡당 수백만원씩 뛰었다. 3.3㎡당 4000만원이 넘는 단지도 잇따를 전망이다.

26일 1순위 청약을 앞둔 대치 SK뷰 분양가는 3.3㎡당 평균 3902만원, 주택형에 따라 최고 4050만원으로 책정됐다. 2013년 10월 3.3㎡당 3200만원에 분양된 래미안 대치 청실보다 3.3㎡당 800만원 정도(25%) 상승했다. 이 기간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평균 6% 올랐다.

다음달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되는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우성2차) 분양가는 3.3㎡당 3500만원대에 정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인근에서 공급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우성3차, 3.3㎡당 3140만원)보다 3.3㎡당 400만원가량 더 비싸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다시 짓는 아크로리버뷰는 3.3㎡당 4000만원, 반포동 서초한양 재건축 단지인 서초 한양 래미안은 3.3㎡당 3500만원을 각각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9500여가구에 이르는 매머드 단지(헬리오시티)로 탈바꿈하는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의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일반분양분의 가격을 3.3㎡당 2510만원으로 정했다. 그러다 최근 2700만~2800만원대로 올리는 안을 시공사와 논의 중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몸값이 오르는 것은 올 초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데다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의 '고공행진'도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분양대행회사인 내외주건 정연식 부사장은 "조합들이 분양가를 매길 때 앞서 분양된 재건축 분양권에 붙은 최고 수억원의 웃돈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분양분의 분양가가 높아지면 조합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합들이 분양가 인상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가파른 분양가 인상이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은행 박합수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분양가가 단기간에 뛰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택수요자의 구매욕구가 꺾여 청약열기가 식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분양가 상승을 경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권혁진 주택정책과장은 "지나친 분양가 인상은 기존 집값을 자극해 집값 불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강남권 등지의 분양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