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다시 사니 하루하루 선물 같아요"

미주중앙

입력

부모 이혼 후 힘겨운 생활
'포토에세이' 사진작가로

노숙자 사연들을 세상과
공유해 편견 없애고 싶어

"4살때 단 음식을 엄청 좋아했어요. 그때 아빠가 엄마 몰래 곰모양 젤리랑 링팝사탕을 주셨죠."

하와이 오아후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다이애나 김(30)씨가 추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누구나 어린시절 가지고 있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아버지와의 추억. 그러나 이들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다. 다이애나는 블로그에 올렸다.

김씨의 부모는 그가 어린 시절 이혼했다. 친척집을 전전했다.

할머니로부터 아버지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를 찾고 싶었다. 그동안 고생했던 이야기를 전하고 펑펑 울고 싶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알 길이 없었다.

그래도 김씨는 사진작가인 아버지를 기억하며 사진작가의 꿈을 키웠고 어렵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12년 그는 노숙인을 렌즈에 담는 '포토 에세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수많은 노숙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어느 날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다 낯익은 사람을 발견한다.

남루한 옷차림 초점 잃은 눈 그리고 야윈 몸. 기억속 아버지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인자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임을 확신했다. 어린 시절 사탕을 쥐어주던 그 아버지였다.

다이애나는 다시 거리로 나섰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1년 여. 마침내 호놀룰루의 길 위에서 아버지를 발견했다. 기적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버지는 여전히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딸을 알아보지 못했고 어떤 도움도 받지않으려고 했다.

김씨는 "아빠는 길거리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어요.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말이죠. 아버지는 치료도 받지 않으시려고 했어요"라며 "하지만 매일매일 찾아가 아빠 옆에 앉아서 조용히 기도만 했어요. 제발 기적이 찾아와 달라고요"라고 회상했다.

또 한번의 기적이 찾아왔다. 지난해 10월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버지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치료받은 뒤 자연스럽게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김씨는 "어쩌면 심장마비가 아빠를 살렸어요"라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어요. 아빠는 건강도 회복하고 정신질환도 극복했어요"라고 전했다.

다이애나는 매일매일이 선물 같다고 말한다. 비록 어린 시절 내내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다 용서했고 요즘에는 관계도 좋아져 가끔 함께 사진도 촬영하러 나간다고 전한다.

그는 "모든 것이 너무 새로워요. 조만간 아버지와 영화도 보러가요. 그리고 곧 한국에 가서 아빠 가족도 만날거예요"라고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아버지를 만나게 된 일은 김씨의 길을 새롭게 만들었다. 노숙자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공유하는 것이다. 그들의 사연도 모른 채 그저 노숙자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고 싶다는 김씨.

다이애나 김씨는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매일매일이 '두번째 기회'를 잡는 찬스예요.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어요. 아빠는 절대 포기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아빠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전했다.

한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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