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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담론에 빠진 정치, 사회 돌보는 역할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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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치학이 보다 나은 삶을 만들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최진우 한국정치학회 회장(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은 “정치가 그동안 거대담론에 빠져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부분과 간극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유현석) 공동 주최로 25~27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리는 ‘2015년 한국학 세계학술대회’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학회는 현실 사회와 학문과의 간극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를 ‘간극의 해소: 양극화와 파편화 시대 정치학의 사명’으로 잡았다.

 최 회장은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남녀 차별과 종교·세대·지역·이념·남북 갈등 같은 간극이 넓어지고 있다”며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같은 젊은 세대의 신조어만 보더라도 한국 사회가 피부로 간극을 느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의 기조 연설자를 전직 총리나 국회의장 같은 사람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인권 활동가인 이정호 신부(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관장)로 선정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라도 했다. “현실과의 대화 강화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예민해지자는 차원에서 모신 것”이라는 얘기다.

 최 회장은 “광복 후 70년간 한국이 경제 기적과 함께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왔지만 분단 70년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통일 논의의 활성화를 위한 주제도 이번 학술대회에서 다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정치학회 회장으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선진국과 달리 교육과정 전반에 정치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정치 의식 수준이 정치 발전으로 연결되는 만큼 정치 교육을 정규 교과에 포함시켜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정치학회는 올해 처음으로 교육위원회를 만들고 민주시민 교육 등 다양한 정치 교육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로 5번째를 맞는 한국학 세계대회에는 제임스 카포라소 미국 워싱턴대 정치학 교수 등 550명이 참가해 정치·선거·시민사회·여성·양극화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 발표와 토론이 펼쳐진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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