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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 도발 억제, 중국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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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목함지뢰에 이어 포격 도발까지 자행하며 한반도를 전쟁 직전 상태에 빠뜨려 온 국민과 국제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은 국제적으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우리 군과 공동조사에 나선 유엔사도 지뢰도발이 북한의 소행이란 결론을 내렸다.

 중국은 이처럼 확실히 입증된 북한의 도발에조차 분명한 태도를 보이길 주저하는 듯하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자제를 압박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그런 나라가 지뢰도발로 우리 장병 2명이 발목을 잃었음에도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우리가 북한의 포격 도발에 대응해 경고성 포격을 하자 나중에 공식발언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남북 모두 자제하기 바란다”(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양비론까지 들고 나왔다.

중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숱한 도발에 단 한 번도 단호하게 북한을 꾸짖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그런 무책임한 행태를 재연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러니 북한이 늘 상황을 오판해 도발을 일삼고 동북아 전체를 긴장에 빠뜨리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대대적인 전승절 행사를 준비 중이다. 제국주의 일본과 싸워 이긴 역사를 기리면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주도해간다는 취지로 여는 행사라고 한다. 이런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북한이 자행한 도발은 중국의 뺨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중국은 한국이 ‘일제에 함께 맞서 싸운 소중한 벗’이라고 강조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그렇다면 무도하고 불법적인 도발로 한국을 괴롭히는 북한부터 따끔하게 꾸짖고 다시는 그런 도발을 못 하도록 막는 게 도리이자 순서가 아닌가.

 중국이 진정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역내 리더십을 인정받으려면 북한의 도발을 더욱 억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국이 대국의 지위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도 빛이 바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