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유리에 휴대폰 번호 … 개인정보 문제 없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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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 31면

인터넷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과 보급으로 인해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친구·회사·동료 등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해 관계를 넓혀나가거나, 자신의 의견을 펼 수 있게 됐다. 또한 그런 의견을 읽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 수 있어 직접 만나지 않아도 토론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누가 실언을 하면 비난이나 비판의 코멘트가 쇄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중에는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은 의견에 대해 반론이 아닌 악의에 찬 공격을 하거나 근거 없는 유언비어·비방·중상의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큰 사회 문제가 된다. 특히 연예인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들은 그런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

과거에 한국에서는 연예인이 인터넷에 올라온 비방·중상하는 내용의 글로 인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고 일본에까지 보도된 적이 있다. 악플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거나, 고소 등 법적 조치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악플로 인해 자살하는 극단적인 사건은 아직 발생하진 않았다. 다만 근거 없는 소문이 인터넷에 떠돌면 소문의 당사자가 반론을 한다. 물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인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룰을 지켜서 표현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비방·중상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까지 이 지면에 칼럼을 두 번 실었다. 나의 의견을 신문이라고 하는 매체를 통해서 발표할 기회를 얻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었고 좋은 경험이다. 내가 쓴 칼럼이 중앙일보 일본어판에도 게재됐다. 일본어로 번역된 칼럼 댓글도 같이 읽어본다. 내 의견에 대한 반대 의견 중에는 중요한 의견도 있었지만 비방·중상의 의견도 있었다. 내 개인정보를 알아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보는 사이트에 올린 사람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2003년(전면시행은 2005년), 한국에서는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됐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거리에 세워져 있는 대부분의 차들의 앞유리에 부착된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또한 내 개인정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알려진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도대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타인에 대한 비방·중상이나 근거 없는 소문, 개인정보를 멋대로 퍼뜨리거나 올리는 사람 중 대부분은 익명으로, 자신의 개인정보와 표현의 자유만을 지키고, 타인의 권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도 일본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보급률과 이용률이 매우 높다. 사용함에 따라서는 대단히 편리하고 지금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당연한 것이지만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룰을 지키는 인터넷 에티켓이 필요하다.

안도 준코 국민대 대학원 국제지역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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