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공격력 갖춘 미군 210화력여단 긴급 투입 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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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포격 도발을 한 직후 우리 군은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발령했다. 21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에서 위장한 군인이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1일 오전 서울 인근 공군비행장. 한국 공군의 영상정보 수집용 정찰기인 ‘백두’와 음성정보를 수집하는 ‘금강’ 정찰기가 수시로 뜨고 내렸다. 공군 관계자는 “평상시보다 정찰기 운항 횟수를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E-737(피스아이)은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일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공중 감시망이 촘촘해졌다. 한·미 군 당국이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하면서다. 북한의 군사 도발 시 미군 전력도 가세해 초기에 함께 제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미 공동국지도발계획’도 가동되기 시작했다.

 복수의 군 소식통은 21일 “유사시 양국 대통령의 승인하에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조항을 담은 공동국지도발계획을 이미 가동했다. 어제 포탄 도발 이후 모든 상황을 한·미가 함께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처음 실전 적용된 공동국지도발계획의 큰 뼈대는 다양한 형태의 북한 도발 상황에서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하는 것이다. 정보분석, 전략 협의부터 병력 및 장비 투입 등 구체적 대응방안 결정까지 모든 과정을 한·미가 함께하게 돼 있다. 북한이 예고한 22일 오후 5시 이후 대남 국지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필요에 따라 미군이 즉시 투입될 수 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막강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는 동두천 주둔 미군 210화력여단 등이 긴급지원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양국이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도발 시 확실한 응징으로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연장로켓(MLRS)과 M109A6 자주포 등 각종 중화기로 무장한 210화력여단은 한국군 군단급 이상의 화력을 가지고 있다. 포탄은 한국 육군 전체가 쓸 만큼의 양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2일부터 경기도 포천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 중인 ‘2015 통합화력 격멸훈련’에 참가 중인 미군 화력도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 훈련에는 한국군의 K-2 전차, K-21 장갑차, 수리온 헬기, FA-50 전투기, 다연장로켓(MLRS) 등 최신무기와 주한미군의 브래들리 장갑차, 팔라딘 자주포, 아파치 헬기, A-10 폭격기 등이 투입됐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도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최윤희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전날 북측의 포격 도발을 같은 장소에서 보고받았으며, 실시간으로 대북 상황을 공유했다고 한다.

 군은 최대 1000㎞ 거리까지 탐지할 수 있는 SPY-1D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서해와 동해에 배치했다. 미국도 고고도 정찰기인 U-2의 정찰활동을 늘렸다. 괌에 주둔 중인 ‘나는 인공위성’ 글로벌호크도 투입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유사시 지상군 움직임을 정밀 수집·분석할 수 있는 정찰기 제이스타(JSTAR)를 투입할 수도 있다”며 “JSTAR를 투입한다는 얘기는 워치콘이 사실상 한 단계 격상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지난 10일부터 전방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북 방송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도 “북한이 우리가 요구한 정치·군사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태도 변화가 없으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출입경 제한 조치=통일부는 21일 개성공단 출입경을 제한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입주기업 필수 인력의 당일 방북만 허용한다”며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협력업체 관계자 등의 방북은 불허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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