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건축으로 본 도서관 … 상상력에 날개 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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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의 도서관
제임스 W P 캠벨 지음
윌 프라이스 사진, 이순희 옮김
사회평론, 328쪽, 5만원

지금 시리아·터어키 등에 그 일부만 남아있는 고대의 도서관부터 현대까지 ‘건축’에 초점 맞춰 도서관의 역사를 전개한 책이다. 21개국 82곳 도서관의 큼직한 사진을 보는 것만도 눈이 즐겁다. 특히 서양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도서관은 단연 화려하다. 천장의 프레스코화, 책장 주변의 조각 장식 등등. 심지어 금색·흰색이 주조인 실내에 맞춰 책에 모두 흰색 장정을 입힌 곳도 있다.

 이처럼 여기 실린 도서관은 단순한 책 보관소도, 열람자 편의 위주의 시설도 아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곳이자, 소장된 책을 포함해 공간 전체가 상징적 메시지로 기능 하는 곳이다. 그 미적 지향과 실용성의 충돌 때문에 이미 19세기에 사서들이 건축가를 ‘도서관의 적’으로 꼽았다는 소개도 흥미롭다.

 케임브리지대 건축사 교수인 저자의 시선은 필연적으로 문화사로 확장된다. 예컨대 중세 단락의 첫머리는 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놀라운 면면과 동아시아 인쇄술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도서관을 저자는 ‘문화의 상징’인 동시에 ‘상상력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종이책이 사라지는 시대가 오더라도 이런 공간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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