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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노사정위 복귀 26일이 데드라인” … 이기권 최후통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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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기권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과 관련, 한국노총에 최후통첩을 했다. 이 장관은 20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국노총은 26일까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복귀 결정을 내려 주길 촉구한다”며 “그때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노동 개혁을 정부 주도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법을 위한 국회 일정과 정부의 사회안전망 관련 예산 편성 일정을 감안하면 26일이 데드라인”이라는 설명을 붙이면서다.

 한국노총은 지난 18일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하려 했으나 금속노련·공공연맹·화학노련의 반발로 무산됐다.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지도부의 복귀 결정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공기업·대기업 중심의 산별노조가 물리력을 행사해 회의 자체가 무산된 것은 10%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90%의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와 특히 일자리를 못 구해 절규하는 청년들을 외면하는 소아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세 가지 방향으로 나눠 노동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며 준비 상황까지 공개했다.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 ▶정부가 지침을 만들어 집행해야 할 사안 ▶내년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에 대비해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작업이다.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플랜B 가동 준비가 끝났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이 강하게 반대하는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한 취업규칙 개정 완화 방안이나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는 “노사정에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단독으로 노동 개혁을 추진하더라도 당장 시행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접점을 찾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사회적 대화는 겁박하거나 재촉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강행하면 개별사업장의 단체협상과 노총 차원의 조직적·법률적 대응 투쟁으로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현대·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 임금협상을 예로 들며 개별사업장에도 노동 개혁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도록 주문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임금 평균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3.3배인 9400만~9700만원으로 다단계 형태의 협력업체 중 마지막 단계인 2200만원의 4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의 근로 조건 향상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하청 상생을 주문했다.

 임금피크제에 반대하며 지난 17일 파업에 들어간 금호타이어 노조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하자마자 임금을 25% 올렸다. 지금도 (임금은) 최고 수준인데 생산성은 경쟁사에 비해 10%나 뒤지는 상황이다. 이런데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협력업체의 고용과 연관해서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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