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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임금 ‘5% 인상’ 수용 … 실리 선택한 북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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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둘러싼 남북 간 협상이 타결됐다. 지난해 11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일방적으로 5.18% 인상한다고 발표한 지 9개월 만이다.

 통일부는 18일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측 총국이 지난 17일 개성공단에서 협상한 결과 월 최저임금을 5%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70.35달러에서 73.873달러로 올랐으며, 입주기업들은 이번 달 임금 지급일인 20일부터 임금을 정상납부하게 됐다. 남북은 북측이 주장해온 5.18% 중 0.18%는 남북 당국 간 협의체인 공동위원회를 통해 추가 논의키로 했다.

 북한은 명분 대신 실리를 취했다. 근로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유입되는 ‘사회보험료’의 징수 기준 총액에 직종·직제·연한(근속)에 따른 가급금(추가 지급되는 수당)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사회보험료 징수 기준이 되는 총액에 최저임금과 시간외 수당을 합한 금액만 인정했다. 사회보험료는 남측의 ‘4대보험’에 해당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직종·직제·연한 가급금은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적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5% 인상과 사회보험료 산정 기준 변경을 감안하면 기업별로 8~10%의 임금비용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입주기업이 근로자의 생산 기여 정도 및 근무 태도에 따라 ‘장려금’ 명목으로 재량껏 지급해온 부분도 관리위와 총국이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부 기업이 일부 근로자에게 지급해온 인센티브를 음지에서 양지로 제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남북 관계가 정치·군사에서 꽉 막힌 상황에 경제가 숨통을 틔워 줬다는 데 의미가 있는 합의”라고 했다.

 관리위와 총국은 기업 노동력 수요에 맞게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열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에서 임금체계 개선, 최저임금 추가 인상,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등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 근로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유입되는 사회보험료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봉현 위원은 “가급금 등의 합의를 종합하면 실질임금 인상률은 10%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용승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개성공단 임금이 워낙 국제 수준보다 낮게 평가되는 상황에서 당국 간 합의를 통한다는 원칙 하에 해결하는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정기섭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장은 “지금이라도 합의가 이뤄져 다행”이라며 “남북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국제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과 관련해 북측에 항의하기 위해 장성급 군사회담을 제의했다고 군 관계자가 18일 밝혔다.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의 장성급 군사회담은 2009년 3월 이후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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