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30년 연구 … 후학 끊기면 안된다” 정년퇴임 전 아이디어 책자 남긴 스승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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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가 평생을 연구한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성공한다면 태양전지 분야에서 한국이 최고가 될 텐데, 그 숙제를 후학들에게 남기고 연구실을 떠나게 됐습니다.”

 30년간 태양전지 연구를 했는데, 정년퇴임을 앞두고도 아직 마무리할 논문이 10편이나 남았다고 한다. 이달 28일 정년퇴임을 앞둔 고재중(65·사진) 고려대 신소재화학과 교수 얘기다.

 고 교수는 학계에서 3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분야의 석학으로 꼽힌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이전 세대 기술인 실리콘 태양전지나 박막 태양전지에 비해 가격이 1/3수준이면서도 효율성이 높아 차세대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안정성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다는 단점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교수는 2010년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제작해 학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교를 나가게 되면 연구인력과 시설 등이 없어 연구를 접어야 할 것 같다”며 “태양전지 관련 연구비가 계속 줄고 있는데다 후학들도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셰일가스 등이 상용화되며 최근 2~3년 사이 연구 지원이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책자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고 교수 밑에서 연구를 이어왔던 제자 10명은 현재 대부분 대기업에 들어가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부 분야 연구에는 100억원 단위의 연구비가 몰리지만, 태양전지 분야는 1억원도 확보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에너지 불모지’인 한국이 앞서나가려면 지금 같은 때 더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수 만든 책자를 태양광학회 고별 강연 때 후학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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