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징계 뒤 47일만에 돌아온 한화 최진행

중앙일보

입력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kt-한화전이 열린 11일 수원 kt위즈파크. 한화 외야수 최진행(30)은 자신을 둘러싼 카메라와 취재진 앞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금지약물 복용 징계 이후 47일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온 그의 얼굴에는 후회와 자책이 묻어났다.

최진행은 지난 6월 25일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3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KBO 규정상 경기력 향상 물질의 양성반응이 1회 발견되면 약물의 종류에 따라 30경기에 뛸 수 없다. 최진행은 징계가 내려진 "체력이 떨어져 지인의 권유로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했으며 금지약물 성분이 들어있는지 몰랐다"고 소명했다. 그리고 47일 뒤인 수원 kt전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다.

벽제구장에서 치러진 경찰청과 퓨처스리그(2군) 경기를 치르고 온 최진행은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자숙 기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 잘못을 만회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사죄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 하루하루 반성하면서 더 땀을 흘리고 노력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이라고 말했다.

이유와 과정을 떠나 금지 약물 복용은 용서받기 힘든 잘못이다. 최진행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금지약물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내 자신의 무지가 무서워졌다. 내 인생에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팬들의 비판은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어 "지금 다시 유니폼을 입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프로야구 선수인 나를 돌아봤고 일상과 같았던 야구도 더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최진행은 감정이 격해졌는지 울음을 가까스로 참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최진행은 징계 기간 동안 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자숙 기간을 가졌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징계가 풀린 9일 곧바로 최진행을 퓨처스(2군) 경기에 뛰게 했다. 화성 넥센전에서 거둔 성적은 4타수 무안타. 그리고 이틀 뒤 최진행은 전격적으로 1군에 합류했다. 경찰청전에서 안타 없이 볼넷 2개만 얻었으나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3타수 1안타)을 때렸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어제(10일) 대전구장에서 최진행의 타격 훈련을 1시간 지켜봤다. 아직 공을 쫓아가고, 중심에 잡아놓고 때리지 못한다. 오늘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쳐서 불러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몸 상태는 괜찮지만 실전 감각이 문제다. 오늘은 대타로 쓰겠다"고 말했다. 최진행은 징계 전까지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 13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