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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롯데·SK·한화의 청년 일자리 계획이 미심쩍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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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요청에 롯데·한화·SK그룹이 발 빠르게 화답했다. SK는 2년간 2만 명의 창업 지원을 약속했고, 한화는 2017년까지 1만7569명을 고용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경제단체장과 간담회를 열고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주문한 직후에 나온 발표다. 롯데그룹은 지난 7일 2018년까지 2만40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 해결”을 주문한 직후에 나온 발표다.

 갈수록 청년 고용절벽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평소 같으면 크게 박수 칠 일이지만 때가 때이다 보니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공교롭게 이번에 대규모 청년 고용을 발표한 세 그룹은 모두 정부에 ‘아쉬운 게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총수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있거나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니 당장 롯데가 약속한 고용 2만4000명이 실현 가능한지, 정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부터 드는 것이다. 2만4000명을 고용하려면 줄잡아도 임금만 연 1조원이 든다. 직원들이 쓰는 사무공간 등 비용까지 합하면 배에 가까운 돈이 들 수도 있다. 이런 계획을 며칠 만에 발표한 것도 영 석연찮다.

 대기업들은 그간 대통령과 간담회가 끝나면 투자·고용 계획을 확대 발표해 왔다. 추가로 얼마를 늘리겠다며 총수마다 화답하지만 대개 립서비스로 그치고 말았다. 지난 정부 때인 2012년에 30대 그룹은 151조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내놓고 ‘사상 최대’라고 자찬했지만 1년 뒤에 보니 실제 투자액은 10조원 넘게 모자란 138조원에 그쳤다. 이 정부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용은 기업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요, 존재 이유다. 눈앞의 위기를 빠져나가거나 총수의 구명지책으로 시늉 내기에 그쳤다간 큰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이왕 국민 앞에 약속했다면 철저히 지키기 바란다. 그래야 기업이 살고, 청년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