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노조 가입률 나날이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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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파업 사태를 보면 프랑스 공공부문 노조가 얼마나 센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2001년 기준으로 프랑스의 노조 가입률은 평균 13%에 불과하다. 이번 파업의 중심에 서 있는 공공부문의 노조 가입률은 더 낮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7일자)는 노조에 대한 특집 기사에서 프랑스 등 유럽 전체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노조는 이미 힘을 잃고 있으며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노조의 세력이 약해진 이유로 노조의 반(反) 소비자적 경향을 꼽았다. 노조는 (임금인상 등을 요구해) 제품가격을 비싸게 만들고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각종 거래 제한을 원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조의 임금투쟁도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화와 규제 완화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무역량이 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국(一國) 단위의 독점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국경을 초월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누려왔던 일종의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임금 상승을 얻어내는 게 이제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민간부문과 달리 여전히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공공부문 노조는 반(反) 납세자적이라고 이 잡지는 꼬집었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면 납세자 부담이 더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과 산업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여성 노동자와 파트타임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노조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노조의 정치성향도 문제다.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자들이 왜 이라크전이나 유럽의 신헌법에 대한 입장을 한 방향으로 정해야 하느냐"며 "정치적인 대의를 위해 노동자들이 조합비를 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연금.보험.세금.복리후생.법률자문 등 노동자들과 직접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정직하고 사심없이 조언을 해주는 게 노조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강훈중 홍보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조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 등 일부 지적은 수긍할 만하며 앞으로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며 "그러나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노조에 가입돼 있어 노조 가입률이 12%에 불과한 우리나라와 유럽을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가부장적.유교적 권위주의 구태가 남아있는 우리의 경우 사주가 기업 운영을 일방적으로 독주하려는 경향이 강한 만큼 임금 투쟁 이외의 직장 민주화 운동과 사회 민주화 운동 등도 아직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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