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中싼샤댐과 새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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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은 길이 2.3㎞, 높이 1백85m에 달하는 거대한 싼샤(三峽)댐을 축조해냈다. 11년 전 공언한 그대로다. 그리고 담수 작업에 들어간 지 열흘 만인 10일 댐 수위 1백35m, 전장 6백62㎞의 대형 인공 호수를 만들어 냈다.

중국의 역사가 태동하기 전부터 유장하게 흘러내렸던 6천여㎞의 양쯔(揚子)강의 면모는 물이 채워지던 지난 10여일 동안에 크게 변했다.

유구한 생명의 꽃을 피웠던 상류의 역사와 문화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15일로 예상됐던 목표 수위(1백35m)에 10일 오후 10시쯤 앞당겨 도달하자 중국 전역에선 환호성이 잇따랐다. 중앙텔레비전(CCTV)은 숨가쁜 현지의 표정을 안방에 생중계했고, 11일 중국의 각종 매체들은 "중화민족이 드디어 양쯔강을 다스리게 됐다"는 중국인다운 과장법을 동원했다.

중국은 이렇게 변하고 있다. 개혁.개방 20여년. 바닷가 주변의 모든 성(省)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도로가 포장되고, 동서남북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상하이(上海)에 푸둥(浦東)이라는 거대한 신도시가 생겨나고 수도 베이징(北京)은 자금성이 상징하는 고태(古態)를 벗고 맵시 있는 현대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와 항저우(杭州)를 바다 위로 잇는 세계 최장(36㎞)의 사장교(다리 중간 기둥을 없애고 케이블을 사용해 상판을 유지하는 다리)공사에 착공했다.

싼샤댐의 물채우기는 중국의 과감한 '국가 건설'을 상징한다. 댐 건설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역사 유적지 수몰에 대한 반론이 없지 않았지만 중국은 이같은 역풍을 신속히 잠재우고 대역사를 이뤄냈다.

중국 지도부의 환경과 역사유물 파괴는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이와 함께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단결된 모습을 보인 이들의 노력만큼은 높이 살 것이다.

2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은 새만금 사업을 두고 아직도 '개발과 보존'사이에서 방황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싼샤댐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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