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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산 사람들 "나 떨고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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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정부가 이달 말께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지역.직장주택조합의 조합원 지위(분양권) 전매를 입주 때까지 전면 금지키로 한 가운데 이 지구에서 아직 사업승인을 못받은 조합주택이 분양권 명의 변경을 놓고 비상이 걸렸다.

조합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을 담은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에는 개정안 시행일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분양권은 한차례 전매할 수 있지만 이때까지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면 입주 때까지 전매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 사업승인을 얻지 못한 조합아파트 분양권이 전매된 경우가 많다. 그동안 조합아파트 분양권은 사업승인 이후 사고 팔 수 있지만, 사업승인 때까지 공증 등의 방법으로 전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될 경우 사업승인 이후 명의를 넘겼을 때보다 양도시점이 2~3년 늦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 A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입주 때까지 조합원 지위를 못 넘겨준다면 최초 조합원이 몇 년씩 무주택자격을 더 유지해야 한다"며 "매수자들은 나중에 매도자 신상 변화로 조합원 자격을 박탈당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 고양.용인.구리시와 인천시 등지의 사업승인 전 단계의 조합아파트 중에는 최근 급매물이 나오거나, 해약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 일산휴먼빌2차, 파주시 야당리 일신건영 조합 등은 시세보다 5백만~1천만원 정도 싼 분양권이 나오지만 매수세는 전혀 없다.

구리시 인창동에서 대림.동문.동원 등 조합아파트 물건을 취급하는 B중개업소 사장은 "잔금을 내지 않은 것은 물론 잔금 납부가 된 것도 해약을 요구해 중개업소마다 골치를 앓고 있다"며 "매도자가 해약을 동의해 주면 원만하게 해결되지만 동의를 안해줄 때는 위약금과 책임 소재를 놓고 언성만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C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사업승인이 나지 않은 조합아파트 분양권의 경우 두 번 이상 전매된 예도 적지 않아 명의변경이 안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건설교통부 홈페이지 등에는 새 규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한 주부는 "주택조합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것인데 막대한 수익을 얻는 재건축조합 분양권 전매는 제한하지 않고 주택조합 조합원을 투기꾼으로 모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해 사업승인이 나기만 3년째 기다리고 있다는 송모(38)씨는 "돈이 모자라 사업승인이 이후 전매할 생각이었는데 허사가 될 처지"라며 "최소한 조합설립인가가 난 곳이라도 전매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유두석 주택관리과장은 "조합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과 관련한 민원이 많지만 불법으로 조합원 지위를 사고 판 사람까지 보호할 수 없다"며 "일단 원안대로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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