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에 크게” … 상반기 가짜 5만원권 1억어치 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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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전주완산경찰서에서 압수한 5만원권 위폐. 위조범은 컬러프린터로 인쇄하는 방식으로 1억여원어치를 위조했다. [뉴시스]

지난 1월 전북 전주시의 한 금은방에서 5만원권 위조지폐가 무더기로 나왔다. 무려 2012장(1억600만원어치)이나 됐다.

경찰 조사 결과 위조지폐는 조직폭력배 행동대원 정모(48)씨가 금은방 주인에게 맡긴 것이었다. 정씨는 “사정이 있어 이 돈을 사용할 수 없다. 돈을 빌려 주면 갚겠다”며 위조지폐가 든 가방을 건네고 3000만원을 빌려 갔다. 그러나 상식 밖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정씨가 건넨 5만원권은 컬러복사기로 만든 위폐로 드러났다. 정씨가 빚 2300만원을 갚기 위해 저지른 짓이었다.

 위조지폐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중 위조지폐 발견 현황’에 따르면 올 1~6월에 발견된 위조지폐는 2715장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13장(4.3%) 늘었다. 이 중 5만원권이 2034장으로 전체의 74.9%를 차지했다. 5000원권 위조지폐는 494장(18.2%)이었으며 1만원권 179장(6.6%), 1000원권 8장(0.3%)이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5만원권 위조지폐는 1382장이나 적발됐다. 올 상반기보다는 적지만 2014년 상반기(27장)보다 49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서울 화곡동 새마을금고에서도 가짜 5만원권 1351장(6755만원어치)이 무더기 적발된 탓이었다. 소위 ‘환치기’(무등록 외국환업무) 업자의 사기에 걸려든 피해자가 돈을 새마을금고에 맡기려다 위폐가 드러났다.

한은 김명석 발권국 차장은 “한 번에 이익을 크게 얻기 위해 위조범들이 고액권을 선호하는 경향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최근 5만원권 다량 위조의 경우 범인이 잡혔고 위조 수준도 조악해 추세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폐 위조 여부는 한은이 홈페이지(www.bok.or.kr)를 통해 제공하는 ‘위조지폐 기번호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검색창에 지폐 일련번호를 입력하면 위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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