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김지석은 불같은 강속구의 파워피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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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1국> ○·김지석 9단 ●·탕웨이싱 9단

제7보(80~92)=중앙 80으로 흑 일단을 압박하면서 주도권은 백 쪽으로 넘어왔다. 두텁고 안정적인 공격이다. 82부터 91까지의 반면운영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김지석 스타일을, 프로야구로 비교하면 어떨까.

 오버스로 정통파 투수,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파워피처다. 루키시절에는 빠르고 묵직한 구질을 가졌으면서도 제구력이 들쭉날쭉해서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컨트롤이 좋은 날은 퍼펙트게임을 노릴 만큼 강력한데 제구가 되지 않는 날은 사사구를 남발하고 가운데로 공이 몰려 난타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기량은 국가대표 에이스가 분명한데 신뢰하기엔 항상 2%가 부족했다.

 그런데 결혼 이후 제구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빠른 볼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니 그것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체인지업까지 좋아졌다. 파워피처가 두뇌피칭까지 하면 무섭다. 빠른 볼을 기다릴 때 느린 변화구가 들어오고 느린 볼을 기다릴 때 빠른 볼이 스트라이크존 외곽에 꽂힌다. 이러면 타자들이 손대기 어렵다. 방망이에 맞추기 급급하니 풀스윙이 안 되고 맞아도 내야수 앞으로 굴러가는 땅볼이다.

 바둑판으로 돌아가자. 집으로는 흑이 좋다는데 우변을 제외하고는 모두 ‘납작만두’라 별게 없다. 92 다음 ‘참고도’의 진행만 되도 박빙의 흐름.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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