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三伏<삼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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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호 27면

한자 복(伏)은 개(犬) 한 마리가 사람(亻)을 등 뒤에서 쫓는 모습의 회의자(會意字)다. 곧 개가 덮쳐 앞선 사람은 바닥에 엎어질 기세다. 뜻이 ‘엎드리다’가 된 이유다. 복은 포박당해 무릎 꿇은 사람 등 뒤를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의 한자 복(服)과 통한다. 복종(服從)·굴복(屈伏)·항복(降伏)이 용례다. 엎드리면 잘 보이지 않으니 숨는다는 잠복(潛伏)의 뜻도 나왔다.

 일곱째 천간(天干) 경(庚)은 쇠(金)다. 계절로는 가을이다. 쇠는 불에 녹는다. 음양오행의 화극금(火克金)이다. 한여름 불 기운에 쇠 기운은 바짝 엎드릴 수 밖에 없다. 삼복은 다가올 쇠 기운이 숨는 날(金氣伏藏之日)이다.

 지난 23일은 중복(中伏)이자 대서(大暑)였다. 여름 더위의 절정은 삼복(三伏)이다. 하지(夏至)를 지나 세 번째 경(庚)일이 초복(初伏), 네 번째 경일이 중복(中伏)이다. 말복(末伏)은 입추(立秋)를 지나 돌아오는 첫 번째 경일이다. 여기에 초복과 말복은 각각 열흘간 이어진다. 중복은 입추가 해마다 다른 까닭에 열흘 혹 이십일 동안 이어진다. 말복을 지나 열흘째 되는 날은 삼복 더위가 끝나는 출복(出伏)이라 불렀다. 올해는 초복이 지난 13일, 말복은 내달 12일, 출복은 22일로 삼복이 총 40일이다. 지난해보다 열흘이 길다.

 복날에는 ‘복달임’이란 보신(補身) 풍습이 전해온다. 중국에서는 교자(餃子)를 즐겼다. 식욕을 돋우는 먹거리여서다. 중국 북방에는 “초복에 교자, 중복에 면, 말복에 달걀 전병”이라고 했다. 우리는 조선시대 평민은 삼계탕, 사대부들은 민어탕을 먹었다고 한다. 정약전(丁若銓)이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민어를 면어(鮸魚)라 하고 속명을 민어(民魚)라고 적은 생선이다. 여름은 양(陽)이 왕성하고 음(陰)이 쇠약한 계절이다. 사람 몸에도 양기가 넘친다. 몸 안에 뭉친 찬 기운을 없앨 좋은 기회다. ‘겨울 질병은 여름에 다스린다(冬病夏治)’는 말도 있다.

 하지만 복더위 역시 왕쇠강약(旺衰强弱)의 섭리는 이기지 못한다. 휴가철이다. 더위에 맞서지 말고 삼복처럼 엎드려 피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신경진 중국연구소·국제부문 기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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