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노숙자 대통령, 알고보니 '새우잡이배' 브로커

중앙일보

입력

부산역 노숙자들에게 “취업시켜주겠다”고 접근해 새우잡이배에 넘긴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일자리 브로커 한모(57)씨와 선주 조모(58)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2013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 2년간 부산역과 초량동 일대 노숙자들에게 술값과 숙식비를 지원하며 접근한 뒤 ”일자리를 소개해 줄테니 벌어서 갚아라“고 제안했다. 그러고는 전남 목포, 전북 군산의 새우잡이 어선 선주 조씨 등에게 노숙자 8명을 선원으로 넘기고 월급 일부를 챙겨 15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넘겨진 노숙자들은 하루 16시간 멸치ㆍ새우ㆍ꽃게잡이 어선에서 일했지만 월급은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주들은 노숙자에게 월급을 주는 대신, 이들을 넘겨준 한씨의 통장에 월급을 입금했다. 돈을 받은 한씨는 항구에서 자신이 넘긴 노숙자를 만나 월급 200만원 중 100만원만 주는 식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으로 넘겨진 노숙자 중 1명은 정신지체 3급 장애인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씨는 부산역 일대 노숙자들을 때리고 위협해 ‘대통령’이라고 불렸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선원 신분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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