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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세밀함으로 고객과 감성 소통 … 국내 차업계 여풍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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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쉐보레 전무(왼쪽)와 황은영 르노삼성차 상무는 맡은 일은 달라도 국내 자동차 기업 여성 임원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일에 있어서 누구보다 강한 의지와 뛰어난 실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한국지엠, 르노삼성]

이경애 쉐보레 전무, 쉐보레 브랜드 안정적 출범 지휘
"아날로그 감성 담은 차 만들것"

자동차에서 힘과 속도, 날렵한 디자인은 생명과 같다. 굉음과 함께 질주하는 자동차 경주는 박력이 넘친다.
이 때문에 자동차를 얘기할 때 남성적 이미지를 떠올릴 때가 많다. 그렇다면 자동차 회사는 어떨까? 그렇다고 남성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 임원들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한국지엠에선 전체 임원의 5% 가량이 여성이다. 이 중에서 마케팅을 이끄는 이경애(44) 전무는 쉐보레 브랜드의 출범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이름을 알렸다. 이 전무는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브랜드에 대한 총괄 전략의 수립은 물론 회사 내부의 컨설팅도 담당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6월 한국지엠으로 자리를 옮겨 이사라는 직책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상무를 거쳐 전무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회사의 사활이 걸린 ‘쉐보레(Chevrolet)’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이미 수년간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힌 ‘GM대우’라는 이름을 버리고 미국 브랜드인 쉐보레를 내세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전무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자동차라는 상품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업무 부담감을 줄여줬다”고 말했다.

 통상 자동차 제조사는 남성 중심의 문화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 전무는 “그런 환경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여성 마케팅 전문가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여성들의 구매력이 높아진 만큼 여성들의 기여도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쉐보레 차량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는 ‘말리부 디젤’의 데뷔를 꼽는다. 이 전무는 “디젤 세단이 갖는 공통적인 장점 외에 말리부의 장점인 ‘안전성’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안전성은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소비자 눈에 쉽게 띄는 부분이 아니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들은 ‘에어백’을 보여주는 등 시각적 요소를 통해 안전성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 전무의 접근법은 달랐다.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메시지가 바로 ‘지켜주고 싶어서’라는 문구였다.

 최근엔 신차 스파크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한 광고를 통해 기존 경차가 갖추지 못한 다양한 요소들을 탑재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는 “한국에도 멋진 장소들이 많지만 각종 촬영 협조가 어려워 해외로 가야 할 때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최근 그림에도 취미를 갖게 됐다. 그는 “무엇보다 꼼꼼히 보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바쁜 일상에서도 짬을 내 주말엔 테니스 등 운동을 즐긴다. 그는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 건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전무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브랜드’다. 그는 “디지털에 익숙한 세상이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어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황은영 르노삼성차 상무, 흑자 전환 이끈 ‘2016년 비전’수립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있는 홍보"

르노삼성차의 홍보를 책임지는 황은영(46) 상무는 이 회사의 ‘첫 여성 임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회사가 어렵던 지난 2012년 입사했다.

 그가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길 때 회사 적자는 800억원에 육박했다. 인력 감축을 위해 ‘눈물의 희망 퇴직’을 실시하던 시기였다. 황 상무는 인력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이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고, 15분 간격으로 시간을 쪼개 모든 직원들과 면담을 했다.

 황 상무는 “여성 임원이라는 이유로 안팎으로 기대치가 높아 부담스러운 면이 많았다”며 “말보다는 결과와 성과로 입증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후 황 본부장은 여성 특유의 세밀함으로 감성적 소통을 통해 르노삼성차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렸다.

 지금까지 성취감이 컸던 일로는 2013년 홍보본부가 총동원돼 만든 ‘2016년 비전’ 수립을 꼽는다. 여기엔 국내 판매 3위, 품질 1위, 그룹내 최고 공장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 일목요연하게 담겼다. 나아가 2013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도 기억에 깊이 남아 있다고 한다.

 자동차 홍보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 건 필수다. 이 때문에 휴일에 자주 들르는 곳이 있다. 백화점·전시회·서점 등 다양한 소비·문화공간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포착하려 힘쓴다. 그는 “얼마 전엔 웨딩홀을 찾아 최신 이벤트 기획에 대한 노하우를 배워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내년에 출시할 2대의 차량에 대한 전략을 세우느라 정신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신차의 성공적 출시를 위해 매일 같이 연구소 엔지니어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토뷰=김기태PD·김선웅 기자 kitaepd@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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