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①] 조영남 "수미야, 너와 난 잘 살고 있어, 괜찮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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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이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에서의 논란과 촬영재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나를 돌아봐'는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한편의 드라마를 썼다. 지난 13일 제작발표회에서 조영남은 자신을 향한 김수미의 발언에 프로그램 하차를 선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날 악플러에 대한 메시지로 삭발한 채 나타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김수미는 떠나는 조영남에게 비난을 쏟아냈고, 다음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나를 돌아봐'를 비롯한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조영남은 직접 쓴 편지와 꽃다발로 김수미를 위로했고, 두 사람 모두 방송 재개를 선언했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나를 돌아봐'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21일 조영남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애초에 '나를 돌아봐'에 출연을 결심하게된 계기가 무엇인가.

"일단 PD가 내가 만난 PD중에 가장 예뻤다. 그 다음은 이경규. 내가 만난 연예인 중에 가장 죽이 잘 맞는 사람이다. '쎄시봉' 친구들 외에 '이 사람은 내 친구다'라고 여긴것은 이경규가 처음이다. 단지 그 두가지 였다."

- 제작발표회날 머리를 자르고 나타난 김수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나.

"대기실에서 하는 말이 밤을 새고 왔다더라. 악플러에게 험한 말을 듣고 머리를 잘랐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김수미씨의 정신적 고통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 '조영남' 역시 악플에 자유롭지는 못한데.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는 순간부터 그것이 사람과 사람간에 끼칠 악영향을 예상했다. 글이라는것은 무섭다. 엄청난 오해와 갈등을 만든다. 나같은 경우는 일본에 관련된 악플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부터는 인터넷을 하지 않는다. 당시 나는 그야말로 '아웃(OUT)'됐었다. 종교에서 쓰는말을 빌리자면 '파문'과 같았다. 하루 아침에 사람들이 날 '이완용 동생'으로 보더라. 암담했다. 김수미의 고통을 이해한다."

- '악플러'가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은 컴퓨터가 존재하는 한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악플에 상처받을수록 손해다. 그저 '그런가 보다'하는게 좋다.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것은 아니구나, 극렬하게 싫어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주는 존재라고도 생각한다."

- 제작발표회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이유는 화가 났기 때문인가, 라디오 때문인가.

"두가지 다 이유다. 사실 제작발표회 시작 전 대기실에서 이경규와 심각하게 한가지 약속을 했다. 내가 "경규야 프로그램 안에 여러팀이 있는데, 6주쯤 지나서 우리팀의 시청률이 낮을 경우에는 우린 하차하자"라고 했다. 시청률이 낮고 인기가 없는데 먹고 살고 싶다고 계속 남아있는건 조금 아니지 않나. 그런데 잠시 후 제작발표회에서 김수미씨가 우리 팀이 꼴등이라고 하더라. 이경규와 했던 약속도 있으니 하차하겠다고 한것이다. 내가 정신병자도 아니고, 큰 난리를 부리려고 했던 말이 아니다. 게다가 라디오 생방송 시간이 다가오니 '이쯤되면 나가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타이밍이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하다."

- 제작발표회라는 자리 특성상, 김수미의 농담은 아니었을까.

"농담이었나? 그런가? 그게 농담일것이라는 안해봤다. 어쩐지 PD와 작가도 '보통 제작발표회에서는 강하게 농담도 하고 그런다'고 하더라. 난 제작발표회라는 현장의 특성을 잘 모른다. 또한 그렇게까지 재치가 넘치는 사람도 아니다."

- 김수미를 다시 보면 어색할수도 있을것 같은데.

"다소 어색하겠지만 당연히 내가 먼저 손을 건네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알지 모르겠지만 우린 30~40대부터 알고 지낸 친한 사이다. 연락도 자주했고, '수미야' '오빠' 라고 부른다."

- 무슨 말을 먼저 하고 싶나.

"'우린 잘 살고 있어 수미야' 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나이가 많지만, 수미도 적은 나이가 적지 않으니까. 다른 말 보다, '이 나이까지, 그래도 너와 나는 잘 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조영남 인터뷰 ②에 계속
[단독인터뷰②] 조영남 "이경규, 연예계에서 가장 바르고 의로운 사람"
[단독인터뷰③] '나를 돌아봐' 조영남·김수미, 제작발표회 다시 연다
[단독인터뷰①] 조영남 "수미야, 너와 난 잘 살고 있어, 괜찮아"

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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