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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전문의라 믿고 갔는데 시술은 ‘알바 의사’

중앙일보

입력

 오는 8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정모(26ㆍ여)씨는 최근 서울 신촌의 유명 피부과를 찾아 ‘예비신부 관리’로 불리는 미백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정씨는 상담 전 병원 홈페이지에서 의료진 명단에 피부과 전문의들만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술 다음 날 정씨의 얼굴엔 울긋불긋한 화상 자국이 생기고 퉁퉁 붓기까지 했다. 결국 다른 피부과에서 재치료를 받은 정씨가 병원에 항의하자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병원 측은 “인턴(과정)을 막 마치고 온 선생님이어서 해당 기계를 처음 다루다보니 강ㆍ약 조절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드름 치료를 위해 레이저 시술을 받은 송모(32)씨도 시술 후 얼굴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심한 작열감을 느꼈다. 병원에 “피부과 전문의가 시술한 게 맞느냐”고 따지자 병원 측은 “사실은 미국에서 ‘피부과학’을 공부하고 온 의사”라며 은근슬쩍 말을 바꿨다.

최근 피부과 전문의인줄 알았다가 비전문의에게 시술을 받고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병원 홈페이지 등엔 전문의 명단만 홍보하고 실제론 일반의나 인턴ㆍ레지던트 과정에 있는 의료진이 ‘알바(아르바이트) 의사’로 활동하는 것이다. 심지어 경영난을 겪는 일부 의사들이 전문 과목을 포기하고 피부과를 개원한 뒤 전문의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과대학을 졸업해 의사면허증을 취득하면 어떤 진료과목으로든 개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과정을 추가로 거친 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일반의가 시술하더라도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경우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명동에서 피부과 병원을 운영 중인 한 의사는 “전문의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비전문의라도 부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시술받을 환자가 많은 여름엔 인턴 의사들을 소개받곤 한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병원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대한피부과의사회’ 로고나 전문의 자격증 등이 게시돼있다. 간판이나 상호에 ‘○○○ 의원/진료과목 피부과’라고 돼 있는 경우는 비전문의로 봐야 한다. 상담시 피부과 전문의가 직접 시술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이석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은 “피부는 구조나 생리가 복잡해 미세한 차이에도 흉터ㆍ색소침착 등이 일어날 수 있어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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