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무성 “표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 … 시간 끌면 절대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을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일 “노동개혁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만큼 어떤 반대나 불이익이 있더라도 감수하고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럽의 병자’ 독일을 ‘유럽의 최강자’로 만든 슈뢰더 전 총리가 지난 5월에 방한해 ‘노동개혁은 정권을 잃을 각오를 하고 하라’는 조언을 했다”며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에는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구조 개선, 임금피크제 도입,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한 환경 조성, 동반성장 지원 등 수많은 내용이 있고 이슈가 워낙 복잡한 만큼 차근차근 풀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줄어들수록 개혁의 동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개혁 작업에 착수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인제 최고위원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이대로 두고 대량 실업과 빈부격차라는 중병을 고치려는 것은 크게 곪은 환부에 ‘아카진키(붉은색 소독약의 일본어)’를 바르는 처방밖에 안 된다”며 “대대적·근본적 개혁을 구상하고 착수해야 한다”고 김 대표 발언에 힘을 실었다.

 노동개혁에 대한 김 대표의 발언은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더욱 단호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과의 독대 다음날 김 대표는 “나라를 위해 표를 생각하지 않겠다”며 노동개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의 측근은 “정치인이 표를 잃어도 좋다고 말할 정도면 얼마나 추진 의지가 강력한지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22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노동개혁은 최우선 의제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노동개혁에 이르는 길은 공무원연금 개혁 이상으로 험난할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 필요성엔 야당도 공감했으나 노동개혁은 과제마다 이견이 크고, 이해당사자가 공무원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5월 1일 전국노동자회의에서 “(노동시장 개혁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정규직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김성수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손쉬운 해고는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노동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국회에선 노동개혁이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