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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광복 되자 난민 된 60만 재일 조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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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 제국 vs 자이니치
이범준 지음, 북콤마
384쪽, 1만8000원

저자는 책 표지 제목 아래 ‘대결의 역사 1945~2015’라는 부제를 달아놓았다. 역사의 시작점이 1945년이라는 데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 자이니치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과 그 후손을 말한다. 당시 200만 명에 달했고, 일본의 패전 이후 60만 명이 남았다. 남은 이들의 삶이 자이니치의 역사가 된다. 전후 거세진 내셔널리즘에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차별받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래 1910년 이후 식민지 조선인은 모두 일본 국적이었다. 창씨개명으로 이름도 일본 이름으로 바꾸던 시절이다. 광복 이후 조선인은 국적을 되찾았다. 하지만 일본에 있던 60만 조선인, 자이니치는 하루아침에 난민이 된다. 조선시대에 건너왔지만, 전후 조선이라는 나라는 사라졌다. 졸지에 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이 됐다. 65년 한일협정 체결 이후 일본은 한국 국적을 인정하면서 한국적인 자이니치에게만 영주 비자를 줬다. 조선적을 유지한 자이니치는 해외여행조차 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올해 광복 70년을 앞두고 3년에 걸쳐 책을 기획·제작했다. 일본에서 410일을 취재하며 방대한 자료를 훑었고,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그럼에도 그는 작가의 글에서 “저의 실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프로젝트였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자이니치는 현재진행형인 식민·분단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제부터라도 드러내고 마주해야 할 우리의 이야기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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