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내용과 풍성한 볼거리…화려했던 K리그 올스타전

중앙일보

입력

팀 최강희의 ‘닥공’과 팀 슈틸리케의 ‘토털사커’의 팽팽한 승부가 펼쳐진 K리그 올스타전 축제가 무승부로 훈훈하게 끝났다.

2015 K리그 올스타전이 17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올해 올스타전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선두 전북 현대의 최강희(56) 감독이 이끄는 '팀 최강희'와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팀 슈틸리케'로 나눠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1골 1도움을 올린 염기훈(수원)은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올해 올스타전은 시작 전 삐걱거렸다. 당초 정해진 양 팀 베스트 11 중 무려 6명이 결장했다. 올스타전 엔트리가 발표된 뒤, 고명진(알라얀SC)·정대세(시미즈)·에두(허베이)가 카타르, 중국, 일본 등으로 팀을 옮겼다. 이재성(전북)과 알렉스(제주)는 부상으로 경기에 불참했고, 최근 편도염을 앓던 골키퍼 김승규(울산)도 올스타전 당일 불참 의사를 표했다. 경기장을 찾은 2만4772명의 관중들도 꿈의 경기가 실현되지 못해 아쉬워했다.

하지만 관중들의 파도타기와 함께 시작된 올스타전의 경기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전반 10분 만에 팀 슈틸리케 주장 염기훈이 선제골을 넣었다. 염기훈이 골문을 가른 뒤부터 양 팀 선수들의 그림같은 골이 이어졌다. 골은 지난해 올스타전(6-6 무승부)에 비해 절반에 그쳤지만 수비에서도 탄탄했다.

다음달 1일 중국 우한에서 개막하는 동아시안컵은 양 팀 선수들을 시험대로 올렸다. 특히 팀 슈틸리케의 선수들은 사뭇 진지했다. 김신욱(울산), 황의조(성남), 이종호(전남) 등 팀 슈틸리케 선수 8명이 동아시안컵 예비 엔트리에 올랐다. 20일 동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더욱 눈에 띄기 위해 짜임새있게 움직였다. 동아시안컵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팀 최강희의 김호남(광주)은 후반 18분 골을 넣은 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에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차두리(서울)·김병지(전남)·이동국(전북) 등 노장 선수들의 투혼도 돋보였다. 이동국은 비록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생애 5번째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의식한 듯 골에 욕심을 보였다. 김병지는 김승규의 불참으로 팀 최강희의 골키퍼로 풀타임을 뛰며 5~6차례 몸을 날리는 선방을 보였다. 올 시즌 현역 은퇴를 앞둔 차두리도 변함없는 '질주 본능'으로 관중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볼거리도 풍성했다. 특히 선수들이 준비한 세리머니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제골을 넣은 염기훈이 건넨 깃대를 받아들고 골프 드라이버 샷을 시도했다. 이때 막대가 분리돼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주심을 맡은 김도훈 인천 감독은 깃대를 뽑은 염기훈에게 옐로 카드를 뽑아들었다. 팀 최강희는 전반 26분 레오나르도의 동점골 직후 단체사진 세리머니를 펼쳐 응수했다. 그러나 팀 슈틸리케가 후반 골을 넣고 유격 PT체조, 파이터 등 개성넘치는 세리머니로 더 눈길을 끌었다.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인 계주 이벤트에선 팀 슈틸리케의 김신욱이 마지막 바퀴에서 팀 최강희의 이동국을 뿌리치고 승리를 거둬 빼어난 주력을 과시했다. 그밖에 그룹 비스트와 AOA 등 인기 가수들의 축하 무대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최강희·슈틸리케 감독 모두 경기 후 "멋진 올스타전이었다"며 치켜세웠을 정도로 '프로축구 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안산=김지한 기자, 이성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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