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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신념 전쟁' 뜨겁다

미주중앙

입력

샌타모니카 지역 대표 거리인 3가에서 행인들이 종교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라고? 그런데 당신들은 왜 동성애자를 정죄하죠? 여러분, 기독교는 거짓말을 잘하는 종교입니다. 저들이 말하는 '사랑'은 가짜입니다."

한 남자의 말에 행인들이 환호했다. 군중들의 시선은 반대편으로 향했다. 기독교 목사가 답할 차례다. 표정은 온화했지만 말투는 또렷했다.

"여러분은 아마 자녀나 가족이 죄를 범한다면 절대 모른 척하지 않고 그 잘못에 대해 말해줄 겁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겁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적 소수자를 정죄하는 게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성경에 따라 죄의 문제를 말해줄 뿐입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샌타모니카 3가. 길거리에서 '신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뉴홀 지역 플라세리타교회가 설치한 부스에는 목회자와 행인들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 공방전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스티브 세이브런스 목사는 "종종 샌타모니카 3가, 글렌데일 아메리카나 몰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에서 메시지를 전해왔다"며 "하지만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교회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풀고 궁금증에 답변해주려고 매주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길거리 논쟁은 기독교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날 길 한편에 남가주이슬람협회도 부스를 차렸다. 행인들의 날선 질문이 계속됐다. 순식간에 수십 명이 몰려 귀를 기울였다. 무슬림의 테러, 여성 차별 문제, IS(이슬람국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무엇보다 주요 쟁점은 '동성결혼'이었다.

한 백인 남성은 "이슬람은 동성애자를 돌로 쳐 죽이라고 한다. 그게 현대사회에서도 적용되는가"라고 질문했다.

무슬림협회 관계자가 답했다. "우리 교리는 동성애를 그만큼 심각한 문제로 대한다는 뜻이다. 일부 극단적 사건으로 이슬람을 왜곡하지 말아달라."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 불을 지피면서 종교 정체성에 대한 공방이 확산되는 등 길거리 '신념의 전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자 기독교를 '전파'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LA한인타운 주요 도로엔 밴 차량의 확성기에서 '예수를 믿으라'는 외침이 쏟아져나오고 피켓을 들고 예수를 외치는 등 '공세적 전도'의 모습이 부쩍 많아졌다.

미국 기독교단체들도 '홀리 바이블(Holy Bible)', '트루스디펜더스(Truth defenders)' 등 브로슈어를 나눠주며 동성애 문제 등에 대한 기독교 입장을 전하고 있다. 거리에서 벌어지는 '신념의 전쟁'이 치안 문제로 치닫지 않을지, 시민들은 조마조마하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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