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기업은행 김희진 41득점, 컵대회 1경기 최다 득점 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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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희진(23·1m85㎝)이었다. 프로배구 여자부 기업은행이 간판선수 김희진의 활약을 앞세워 컵대회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14일 KOVO컵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흥국생명을 3-0으로 완파하고도 웃지 않았다. 에이스 김희진에 대해서는 "좀 더 나쁜 공을 처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희진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24점을 올렸는데도 탐탁지 않은 눈치였다. 이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다녀와서 체력적으로 힘든 걸 안다. 하지만 늘 해왔던 것이다. 2년 전 대회는 MVP도 받았지 않았나.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채찍질했다.

김희진은 장신이면서도 순발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속공과 블로킹을 맡는 센터는 물론, 크고 어려운 공격을 도맡는 라이트도 소화할 수 있다. 리그 때는 파괴력이 있는 외국인 선수에게 라이트를 내주고 센터로 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가 없는 컵대회에서는 라이트를 맡는다. 이번 대회 역시 라이트로 출전해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졌다.

김희진은 16일 열린 GS칼텍스전에서 이 감독의 당부를 흘려듣지 않았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높이 뛰어올랐다. 체력 소모가 큰 후위 공격을 10개나 성공시켰다. 상대 블로커 3명이 따라붙으면 페인트를 밀어넣는 노련함도 돋보였다. 이정철 감독이 "너무 희진이에게 의존했다"고 말할 정도로 다른 선수들이 저조했지만 김희진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김희진이 41점을 올린 기업은행은 3-1(25-21 25-18 23-25 26-24)로 승리,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41점은 지난해 컵대회에서 황연주(현대건설)이 기록한 1경기 최다 득점 타이다. 김희진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하다. 적장인 이선구 GS칼텍스 감독도 "김희진은 센터와 라이트를 모두 소화한다. 프로배구에서는 명실상부한 최고 선수"라고 칭찬했다. 베테랑 세터 김사니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경기에 대한 책임감도 뛰어났다. 세터로서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김희진은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 수비는 아쉬웠다"고 말했다.

청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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