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엘롯기' 동맹…7·8·9위 나란히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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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롯기'. 프로야구 최고 흥행구단인 LG·롯데·KIA를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여기에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세 팀이 번갈아가며 꼴찌를 한 것에 대한 비아냥도 있다. 2009년 KIA의 우승 후 해체된 것 같았던 '엘롯기 동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생팀 kt를 최하위에 두고 7위 KIA-8위 LG-9위 롯데(14일 현재)가 순위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16일 전반기를 마친다. 정규시즌의 60%가 끝난 가운데 '엘롯기'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한화)와의 승차가 KIA 6.5경기, LG·롯데는 7.5경기다. 올스타 휴식기(17~20일)를 앞두고 엘롯기는 중위권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선발투수를 당겨 쓰거나 불펜으로 돌려 쓰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애를 쓸수록 결과는 더 나빠지고 있다. 세 팀은 이들 들어 5할 이하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하위 kt가 트레이드 등으로 전력보강에 성공하면서 월간 승률 1위(7승2패)를 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 팀의 공통점은 투타 불균형이다. 선발투수가 잘 던지면 타선이 터지지 않고, 타자들이 잘 치면 구원투수가 불안해 무너지는 경기가 많다.
롯데는 14일 청주 한화전에서 8회와 9회 연속 어처구니없는 주루사가 나오면서 3-4로 역전패했다. 같은 날 광주에서 맞붙은 LG와 KIA는 많은 찬스를 서로 놓치고 연장 11회 접전을 벌인 끝에 LG가 3-2로 이겼다.

지난달 LG는 우규민과 류제국이 가세해 선발진의 무게 중심을 잡았다. 마운드(팀 평균자책점 4.77·7위)가 조금 안정되는 듯 하자 타선이 슬럼프에 빠졌다. 최선참 이병규(41·등번호 9)는 0.222의 초라한 타율을 안고 2군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후반기 맹타를 휘둘렀던 이병규(32·등번호 7)도 마찬가지다. 이진영(35)도 최근에야 1군에 올라왔다. 외국인 타자도 말썽을 부렸다. '사이버 선수' 논란을 일으키다 1군에 올라왔던 한나한은 수비를 하지 못해 퇴출됐고, 대신 들어온 히메네스도 정확도가 떨어진다.

KIA도 LG와 사정이 비슷하다. 에이스 양현종은 평균자책점 1위(1.78)를 달리고 있고, 스틴슨도 8승을 거두며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최근 선발진에 합류한 임준혁도 좋다. 최영필·김태영·김광수 등 베테랑이 이끄는 불펜도 괜찮다. 하지만 팀 타율 0.249인 공격력이 문제다. 외국인 타자 필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 두 번이나 2군에 다녀온 중심타자 나지완의 타율은 0.201이다.

롯데는 또 다른 상황이다. 강민호와 황재균이 이미 시즌 개인 최다인 24개와 22개의 홈런을 쳤다. 외국인 타자 아두치도 15홈런-16도루를 기록했다. 팀 타율 5위(0.271), 팀 홈런은 2위(110개)다. 린드블럼-레일리-송승준이 이끄는 선발진도 준수한 편이다. 문제는 구원투수다. 마무리 투수가 김승회에서 심수창, 또 이성민으로 두 번이나 바뀌었다. 뒷문이 불안한 탓에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잦았다.

팬들이 '엘롯기'라는 용어를 쓴 건 2008년부터였다. 1999년 준우승을 차지했던 롯데는 2001년부터 급격한 추락을 시작해 4년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를 썼다. 롯데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KIA였다. 전신인 해태 시절 9회 우승을 차지한 KIA는 200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꼴찌를 했고, 2007년에도 최하위로 추락했다. LG도 2006,2008년 맨 아래로 추락했다. 전통 있고 팬들도 많은 세 팀이 동시에 무너지자 '엘롯기'를 합성한 로고나 개사한 노래 등이 등장했다. 세 팀의 유니폼을 잘라 붙여 만든 '엘롯기 유니폼'까지 나타났다.

동맹은 곧 깨졌다. 조범현 감독이 이끌었던 KIA는 2009년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롯데는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LG도 2013년 정규시즌 3위에 오르며 '유광 점퍼' 열풍을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세 팀은 확실한 전력보강 없이 올 시즌을 맞았다. 엘롯기 모두 세대교체를 하려 하지만 베테랑이나 신진급 선수 모두 무기력한 모습이다. 2008년 이후 7년 만에 세 팀이 모두 빠진 가을야구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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