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중문화 추가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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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한.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 폭을 확대할 방침을 밝힘에 따라 지난 2년간 중단됐던 개방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은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이를 토대로 21세기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전진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혀 더 이상 '과거사'에 매여 문화를 통한 양국 교류가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나 개방을 하더라도 당장 완전 개방 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하기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관련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번 개방 폭 확대 발표가 정부 부처 간에 치밀한 준비와 토론을 거쳐 나온 게 아닌 것으로 보여 '4차 개방'의 구체적인 가닥이 잡히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일본 대중문화 중 완전 개방된 분야는 공연과 출판뿐이다. 영화는 성인영화('18세 이상 관람가') 만 개봉이 봉쇄된 상태다. 단 성인영화라도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은 상영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 히트한 '실락원' 등 몇 편은 국내에 수입해놓고도 영화제 수상을 못해 개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영화보다 개방 폭이 좁아 국제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작품만 극장에 걸 수 있다. 국내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은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비디오로도 출시하지 못한다. 일본의 비디오 게임물도 판매가 금지돼 있다.

가요 쪽에서는 일본어로 부른 음반의 판매가 금지된 상태이고 방송 분야에서는 다큐멘터리나 교양물을 제외한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을 아직 내보낼 수 없다.

일본에서 2천4백만명을 동원했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지난해 국내 개봉돼 2백여만명을 동원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방송도 지난해 '프렌즈'(MBC프로덕션.일본 TBS) '소나기 비 갠 오후'(MBC.후지TV) 등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인 '쇼 일요천하-라스트 스테이지'(SBS.NTV)가 한.일 합작으로 제작된 적이 있어 부분 개방될 여지가 많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이번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 확대 표명은 문호 확대라는 기본 원칙에 따라 그동안 해온 것들을 계속 밀고 나간다는 의미"라며 "한국 문화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문부터 개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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