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3급 비밀, 군사 동향 26건 … 기무사 소령이 중국에 넘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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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현천(육군 중장) 국군기무사령관이 10일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기무사령관의 기자실 방문부터가 이례적이다. 기무사 요원들이 방위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외부에 유출해 방산비리에 연루된 데 이어 중국에 군사기밀을 넘기는 등 연이은 일탈행위 때문이다.

 조 사령관은 “군사기밀 유출을 방지하고 방첩업무를 주업무로 하는 (기무)사령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사령관으로서 참담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눌 수 없다”고 말했다.

 군 검찰은 이날 중국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기무사 요원 S소령을 구속 기소했다. 군사기밀보호법 및 군형법 위반(기밀누설) 혐의다.

 군 검찰에 따르면 S소령은 중국 유학 중이던 2010년 같은 학교 학생을 통해 알게 된 중국인 A에게 2013년부터 지난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국 함정과 관련된 3급 비밀 1건과 주변국 군사 동향이 담긴 군사기밀 26건을 넘겼다. 그가 가족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직접 주기도 했고 A의 지인을 통해서도 전달했다. 특히 A4용지 20여 쪽에 달하는 3급 비밀을 자신이 직접 손으로 A4용지 10장에 베낀 뒤 촬영해 휴대전화용 메모리(SD)카드에 담아준 것으로 파악됐다.

 군 검찰 관계자는 “중국인 A로부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관련한 자료도 요청받았지만 주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일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관련한 자료는 요구받은 적도 전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S소령은 가족과 중국을 여행하면서 호텔비와 렌터카를 제공받는 등 A로부터 800여만원 상당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군 검찰은 지난 1월 S소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뒤 지난달 11일 그를 체포해 이날 기소했다.

 군 검찰은 그러나 A의 정확한 신원이나 정보를 제공한 동기, 대가 등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군 검찰 관계자는 “일단 군사기밀 유출로 구속했고 앞으로 A의 신원과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소령은 중국 유학 중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또 중국 내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고 종업원들에게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 A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A가 의도적으로 S소령에게 접근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S소령은 주중 한국대사관 무관부에 파견될 예정이었다.

 기무사는 연말까지 직무감찰을 하고 윤리강령을 개정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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