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주택시장 과열되면 결국 식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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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동이 주춤해지자 주택시장에 열기가 가득하다. 아파트 분양 물량은 여름철 비수기인데도 여전히 넘쳐난다. 금융결제원의 청약사이트 ‘아파트 투유’에 따르면 8일 현재 분양 중인 단지는 89개다. 이 추세로 가면 이번 달에도 분양단지가 200개에 육박할 것 같다. 지난달 255건보다 못하지만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수치다.

 중고주택 거래도 활발하다. 인기지역에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서울 수서권처럼 개발 이슈가 있는 곳은 매물이 동났다. 목동권과 같이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이 큰 지역은 장기투자 수요가 부쩍 많아졌다. 서울 신정동 건양부동산 관계자는 “이달 들어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되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달 7일 기준 서울 주택 매매량은 4157건으로 하루 593건의 거래가 성사된 셈이다. 이는 지난달 1일 평균치 569건보다 많아 주택시장은 메르스 영향에서 완전 벗어난 분위기다. 더욱이 근래 들어 2~3년후 입주 아파트가 넘쳐나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시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유가 뭘까. 구매수요를 키우는 시장 분위기 때문인 듯싶다.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 집을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왜 생기나. 주변에 집을 사는 사람이 많아서다. 비슷한 처지인 지인이 집을 산 것을 보면 겁부터 덜컹 난다. 집값이 자꾸 오르는 상황이면 더 심해진다. 그래서 집을 사는 수요가 자꾸 늘어난다는 얘기다. 물론 초저금리, 비싼 전셋값과 같은 다른 요인도 작용됐지만 상대방과 비교하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큰 것 같다.

 매매 수요가 늘어나면 집값은 오르기 마련이다. 이런 장세에서는 수요가 조금만 생겨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2~3명만 돼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놓았던 매물을 회수하든가 아니면 호가를 올린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구매 수요가 뚝 끊어졌을 때는 값을 대폭 내린 급매물이 등장한다. 급매물은 전반적인 집값 하락을 주도한다.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소진되고 매매가 좀 뜸해지는가 싶으면 사정이 급한 집 주인은 집을 빨리 팔기 위해 값을 더 내릴 수밖에 없다. 살 사람은 없는데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많다면 집값은 당연히 떨어진다. 매매단절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집값은 폭락사태로 치닫는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과열은 결국 꺼지게 돼 있다. 무리한 주택구매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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