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없다…잡히지 않는 중국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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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무효다. 정부의 각종 증시 부양책에도 중국 증시는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8일 상하이 증시는 전날에 비해 5.9% 하락한 3507.19에 거래를 마쳤다. 최고점(5166.35)을 기록한 지난달 12일 이후 31.59%나 하락했다. 선전 증시는 이 기간에 40% 넘게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의 폭락으로 중국 증시에서 3조5000억 달러가 사라졌다. 프랑스 증시 전체의 시가 총액에 맞먹는다.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이미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1400여 개 종목의 거래가 정지됐다. 증시에 상장된 2800여 개 기업의 절반이다. 시장의 절반이 마비된 셈이다. 소나기를 피하려는 상장사가 스스로 거래 정지를 택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증시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110여 개 양치기업(央企)을 관리하는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국자위)는 “양치기업에 현재 보유한 상장 기업의 주식 비중을 축소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양치기업이란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국유기업을 말한다. 중국증권금융공사도 중소형주 매입을 늘려 유동성 부족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 증시는 ‘국가주도장’으로 불렸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정부의 의도가 먹히지 않아서다. 지난 주 말 신용규제 완화와 기업공개(IPO) 연기,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투입, 선물거래 제한 등 각종 증시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비상조치 효과는 결코 펀더멘털을 뛰어넘을 수 없어서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로 확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지난 1년간 뜨거웠던 중국 증시는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 게 아니라 중국 정부의 정책 등으로 인해 거품이 낀 것이기에 최근의 급락세는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차이펑 CEBM 애널리스트는 "(중국 증시의) 하강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주저 앉을지, 다시 폭락할지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증시가 무너지며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에서 내수로 경제 체질 개선을 모색하는 중국은 의도적으로 증시 활황을 부추겼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중국 서민의 주요 재테크 수단이었던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마당에 서민의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증시 활황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의 충격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투자한 해외 시장이다. 전체 해외 펀드의 40%가 중국 펀드다. 전체 증시의 절반 가까이 거래 정지되다 보니 펀드도 그 영향을 비켜갈 수 없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투자한 펀드의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론 급락하던 주가에 제동이 걸려 수익률 악화는 막을 수 있지만 문제는 거래 정지가 풀린 뒤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5일간 거래가 정지된 종목이 대부분”이라며 “거래 재개 이후 5일간의 하락분이 한꺼번에 반영될지, 반대로 불안감이 사그라지면서 하락세가 진정될지에 따라 펀드 수익률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이승호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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