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네 그 제비’ 돌아올까 … 직접 찾아 나선 초등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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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시장 인근 주택가에서 마산 해운초등학교 학생들이 막대기에 달린 거울로 제비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마산해운초등학교]

지난 5월 2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시장. 제비 10여 마리가 날아다니며 “지지배배” 울어댔다. 제비는 시장 안 옷가게와 떡집 등 22곳의 지붕·간판 아래 둥지를 틀고는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마산해운초등학교 6학년 정대수(43) 담임교사가 학생 4명에게 제비가 왜 사람이 많은 곳에 집을 짓는지 설명했다. 정 교사는 “사람과 공생해온 제비는 사람 가까이 오지 않는 까마귀·까치·황조롱이와 천적이어서 사람이 많은 시장통이나 마을회관·다방 등에 집을 짓는다”고 말했다. 그는 “진동시장 인근에는 먹이가 풍부한 넓은 갯벌과 논 등이 많아 특히 제비가 많다”고 덧붙였다.

 경남을 찾는 제비는 몇 마리나 되고, 제비를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비 생태탐구 프로젝트’에 나섰다. 도시화로 급격히 수가 줄어든 제비를 모니터링해 보호 방법 등을 찾기 위해서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경남교사 모임이 2000년부터 람사르재단과 함께 진행해온 사업을 경남교육청이 환경교육의 하나로 공교육에 끌어들이며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참여학교는 15개 시·군 20개 학교의 교사와 학생 196명. 이들은 올해 처음으로 지난 5월 15~24일 열흘간 학교 인근에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경남에는 100만㎡당 평균 179마리의 제비가 분포해 있었다. 거창군이 889마리로 가장 많았고 이어 창녕 583마리, 산청 500마리, 함안 376마리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니어서 실제 마릿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오광석(41) 우포생태교육원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40년 넘게 모니터링을 해와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다”며 “우리도 그런 데이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학교와 마을 인근 등 대표적인 곳을 조사한 데 이어 앞으로는 전수조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이시카와현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1960년대부터 현내 제비 둥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제비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낳기 때문에 인구 센서스를 하듯 둥지를 헤아리면 마릿수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집안에 제비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끔 창문에 구멍을 내거나 인공 둥지를 만드는 등 제비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제비와 인간의 공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제비는 부산 을숙도에서 양력 3월 10일 제비가 처음 관찰됐다. 이후 3월 14일 마산, 28일 밀양, 31일 충주, 4월 3일 서울 등에서 목격됐다. 제비는 이곳에서 여름을 보낸 뒤 음력 9월 9일께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정 교사는 “제비가 둥지를 트는 곳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어서 예로부터 명당으로 여겨왔다”며 “생태·인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제비 보호에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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