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명품 매장' 승부 건 S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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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워커힐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쿠쿠전자의 전기압력밥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SK네트웍스]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이틀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관세청이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이나 상생협력 등의 평가 항목에 방점을 두면서 대기업 면세점이 중소기업 전용 매장 계획을 앞다투어 내놓으면서다. 중소기업에게 면세점 진출은 중국 수출길을 뚫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쿠쿠전자의 전기압력밥솥이 대표적인 경우다. 쿠쿠의 밥솥은 국내 홈쇼핑의 인기 상품이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고전했다. 국내 면세점에서도 “여행객이 사기엔 부피가 크고 무겁다”며 거푸 거절당했다. 2008년에야 SK워커힐면세점이 “한국에서 ‘일본 면세점 코끼리표 밥솥’이 유행한 것처럼 근거리 해외여행객은 밥솥을 구입할 수도 있겠다”며 입점을 승인했다. 현재 ‘쿠쿠밥솥’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쇼핑 필수품으로 꼽히며 롯데·신라·워커힐 등 면세점에서만 한 달에 7000개씩 팔린다.

 동양화가 육심원(42)씨의 그림을 활용한 패션상품 브랜드 ‘육심원’도 2012년 온라인 면세점에 입점하면서 유커에게 인기를 모았다. ‘판빙빙(중국 인기 여배우) 가방’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까지 진출했다. 면세점 입장에서도 해외에서 찾기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한 제품은 남이 갖지 않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SK네트웍스는 쿠쿠밥솥을 비롯해 20여 개 국내 브랜드를 면세점 업계 최초로 입점시킨 경험을 살려 신규 면세점에도 국내 최대규모(6612㎡)로 국산 명품 매장을 만든다는 차별화 전략을 내놓았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계열사와 손잡고 미디어파사드(건물 벽을 활용한 디지털 아트), 버추얼 피팅(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가상으로 옷을 시착) 등 ‘IT 면세점’으로 차별화한데 이어서다.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 면세점의 3분의1을 중소·중견기업 제품으로 구성한다. 아예 1개층을 중소·중견기업 전용 매장으로 배치하고, 면세점 최초로 ‘홈쇼핑 인기상품’ 매장도 만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명당’에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우선 배치했다. 신라HDC도 중소기업 전용관을 만든다. 롯데면세점은 아예 중소·중견기업인 중원면세점과 손을 잡고 같은 공간에서 신규점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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