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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슬로비디오 시티, 송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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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인천 송도는 국제도시로 한창 개발 중이다. 멋진 고층건물에 수많은 다국적 기업과 국제기구가 입주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역동적인 도시 건설이 목표다. 외국인학교를 포함한 각종 교육·연구 시설에서부터 바이오·마이스(MICE)와 같은 첨단지식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유치해 글로벌 거점도시가 되는 것이 송도의 꿈이다.

 한때 이런 개발 청사진에 매료돼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지역의 중산층이 송도로 몰려들기도 했다. 그만큼 발전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 송도의 모습은 어떤가.

 곳곳에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지상 68층짜리 동북아무역타워가 우뚝 솟아있다. 송도컨벤시아에는 각종 회의·전시회가 끊이지 않게 열린다. 채드윅국제학교는 유명세를 탄지 오래됐다. 이 학교에 자녀를 넣기 위해 재벌집 며느리들이 송도로 이주해 오기도 했다. 송도 남서쪽 끝 바닷가에 위치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는 국내·외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미국 PGA가 주관하는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열린다.

 도시 한가운데 조성된 37만㎡ 크기의 중앙공원은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주말이면 다른 지역 사람도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인근 영종도·청라 국제도시 개발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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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정보단지에는 IT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외 앵커 기업과 연구·개발(R&D) 중심의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첨단산업클러스터지구에는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일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들어와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글로벌대학캠퍼스에는 2012년 한국뉴욕주립대가 개교한 데 이어 지난해 유타대·조지메이슨대·켄트대학이 문을 열었다. 이들 4개 대학의 학생수는 650명 정도다. 연세대 국제캠퍼스에는 연세대 본교생 1학년은 모두 송도에서 생활한다. 학생수는 1학년생과 대학원생을 포함해 5000명가량 된다. 인천대 1만5000명과 합치면 송도 내에 대학생만 2만명이 넘는다.

 송도는 특히 탤런트 송일국씨가 삼둥이 아들과 나들이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송도의 모양새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제도시로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무엇보다 외국기업 유치 실적이 저조하다. 2004년부터 시작된 외국인 투자실적은 신고금액 기준으로 5월 현재 총 58건에 33억7000만 달러 규모다. 국내업체 투자는 30건에 총사업비 3조6000억원 정도다. 국제기구는 녹색기후기금(GCF)를 비롯한 13개의 크고 작은 기관이 둥지를 틀었다. 송도에는 2013년 말 기준으로 836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주요기업으로는 포스코건설·포스코엔지니어링·대우인터내셔널과 삼성 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코오롱글로벌 등이 꼽힌다. 나머지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이름있는 대기업 본사가 이전해 와야 유명 다국적 기업 유치가 유리한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포스코건설은 송도내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관련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이사왔지만 다른 대기업은 굳이 송도로 옮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송도는 국제도시로서의 구색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하나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명성 있는 도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하다.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지금같은 구조로는 유명 도시를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제도시로 발전하려면 업무·상업시설이 많아야 하고 국내 기업보다 외국업체가 주류를 이뤄야 한다. 그러나 송도는 업무시설보다 아파트가 훨씬 많다.

 지창열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총괄과장은 "송도의 경우 외국의 다른 국제도시보다 빨리 모양새를 갖춘 것은 사실”이라며 "규제가 많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대기업 유치가 어려워 외국의 좋은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도 신도시는 11개 사업지구로 나눠져 있다. 지구별로 사업자도 다르다. 개발면적은 53.4㎢(1615만평)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18배가 넘는 크기다. 2003년부터 총 사업비 21조5400여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마무리하기로 돼 있다. 주택 10만1000여가구를 건설해 인구 25만9000명을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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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은 전체 계획 물량 가운데 4만여 가구가 공급됐다. 이중 2만4000가구는 입주했고 1만6000가구는 공사 중 또는 착공 예정이다. 현재 거주 인구는 7만명 가량 된다.

 사업지구 가운데 시가지 조성사업의 주택단지는 모두 완료됐고 지식정보산업단지와 바이오단지도 마무리 단계다.

 상업·업무·주거를 비롯한 여러 도시기능이 함께 하는 복합단지는 국제업무지구와 송도랜마크시티다. 국제업무단지 개발면적은 577만㎡규모로 여기에 아파트는 물론 호텔·쇼핑몰·업무시설·공원 등이 들어선다. 개발은 절반 정도 완료됐다. 이 지구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2만4000여 가구다. 이중 1만7000가구가 분양됐다.

 랜드마크시티지구는 국제업무단지와 비슷한 583만㎡ 크기다. 이곳에 주택 2만6000여 가구가 건설되고 업무·상업시설도 건설된다. 당초 151층짜리 건물 2개 동을 세워 여기에 다양한 시설을 넣어 도시 속의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국제 금융 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그 사업은 백지화됐다. 박영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주무관은 “랜드마크시티 사업지구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다시 그리는 중이어서 본격적인 개발일정은 크게 늦어질 것”이라며 “이미 주택조합에 매각한 부지에는 오는 9월 2700여 가구의 아파트 공사가 첫 사업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암물류단지·신항물류단지는 매립공사 또는 호안을 축조 중이어서 부지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쏟아질 상가·업무시설 소화 못할 수도

 송도의 전망은 어떨까. 단순히 신도시로서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주거환경은 좋다는 소리다. 하지만 국제적인 도시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변에 있는 영종도와 청라를 국제도시로 키운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처음부터 영종도·청라지구에 담을 도시기능을 송도에다 몰아넣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인천의 균형개발을 위해 외자유치 지역을 3곳으로 나눠 놓는 바람에 모두 국제 수준의 도시개발은 불가능하다.

 송도의 현실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그동안 아파트 분양열기는 뜨거웠지만 이 분위기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공급과잉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이 대거 입주한다면 몰라도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향후 공급될 주택이 제대로 소화될지 미지수다. 랜드마크시티 지구에 2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국제업무단지 8000가구 등 송도 내에서 앞으로 6만 가구가 더 나온다. 지금 공급된 숫자보다 2만 가구 많다.

 송도의 아파트값은 초창기 분양분은 3000만~4000만원 가량 웃돈이 붙었다. 요즘 분양분은 분양가가 많이 올라 프리미엄은 거의 붙지 않았다. 3.3㎡당 가격은 1100만~1300만원 선이다.주거용 오피스텔도 4000여실 분양됐고 일부는 공급 과잉으로 공실로 남아있다. 사무실은 빈 곳이 많다. 특히 포스코건설이 공사한 센트로드는 절반이 비어 있다.

 지금까지 아파트는 그런대로 분양이 잘됐지만 업무시설이나 상가부문은 생각만큼 순조롭지 못하다. 앞으로 건설될 업무·상업시설 물량은 엄청나다. 하지만 입주 수요가 충당될지는 불확실하다. 국제도시로의 면모를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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