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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기술 외국서 사가기 시작 … 헬스케어 수익률 66% 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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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 헬스케어 시장의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밝아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을 사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3일 만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손동식(52·사진) 대표는 국내 헬스케어 업종 주가가 크게 오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가 총괄하는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는 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66.25%다. 이 펀드가 출시되던 2013년만 해도 은행이나 증권사에선 “팔기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섹터 펀드 특성상 변동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손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일본에선 고령화 사회 이후 5년 간 헬스케어 펀드가 지수 대비 85% 더 수익을 냈다”며 “바이오 산업이란 말도 없던 20년 전에 그랬는데 지금은 더 좋은 성과를 낼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제약사 기술을 산다니 무슨 말인가.

 “올 3월 한미약품이 미국 일라이일리와 자사 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일라이일리가 한국·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시장에서 이 물질을 개발하고 생산·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산 것이다.”

 - 왜 직접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기술을 샀나.

 “과거엔 신물질 연구에서부터 생산·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했다. 하지만 신약이 많아지면서 개발비가 늘어나자 연구개발(R&D)에서 투자개발(I&D)로 전략을 바꿨다. 다른 제약사에서 초기 단계의 개발을 완료한 신약 후보 물질을 사들여 개발을 마무리하고 바로 상품화하는 것이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낀 기업에겐 기회다. 그간 부족한 기술력과 영업력으로 힘겹게 경쟁하던 글로벌 제약사와 한 배를 탈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 이것 때문에 한국 헬스케어 펀드가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린 건가.

 “그렇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를 맡고 있는 호스피라가 화이자에 인수되면서 해외 판매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다.”

 - 2위인 동부바이오헬스케어 펀드(58.78%)보다 10%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높다.

 “국내 화장품이나 화장법이 아시아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인 케이뷰티 효과를 볼 수 있는 헬스케어 종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종목을 말하긴 어렵지만 미용 레이저 기기를 만드는 의료기기업체, 보톡스·필러를 생산하는 제약사 등이 대표적이다. 화이트 바이오 업체도 편입했다.”

 - 헬스케어 업종이 하반기에도 더 오를 거라고 보나.

 “상반기에 많이 올랐으니 하반기엔 변동성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의 전망은 밝다.”

 - 국내 주식형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7개가 중소형주 펀드다.

 “중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실적이 좋았다. 중소형주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25~30% 이상 늘었다. 실적이 좋으니 주가가 올랐다. 코스닥이 연일 최고가 행진 중인 것도 그래서다.”

 - 지금 투자하기엔 늦은 것 아닌가.

 “기업 가치 대비 주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부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당장은 대기업 실적이 좋아질만한 계기가 잘 안보인다. 원화가 약세로 돌아선다든지, 글로벌 경제 회복세가 가속화된다든지 하는 계기가 있어야 대기업이 좋아지는데 말이다. 당분간 중소형주 강세장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 수익률 상위 펀드 목록에 미래에셋 펀드가 적지 않다. 헌데 제로인에 따르면 상반기 미래에셋 공모펀드에서 67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기관 투자금이 대부분인 일임자산은 상반기 5800억원 순증했다. 가치주 펀드나 배당 펀드가 기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 상반기 자금이 빠져나간 펀드는 디스커버리 펀드나 인디펜턴드 펀드 같은 과거 대표 펀드들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대형주를 담는 펀드인데도 상반기 두 펀드는 14~17% 수준의 수익률을 냈다. 비결은 모델포트폴리오(MP)다. 어떤 종목을 넣고 뺄지 매달 회의를 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대형주를 담는 펀드는 의미가 있다. 분산 투자 차원에서 상반기 주가가 크게 하락한 대형주를 투자 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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