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적 낙인 메르스 경험자를 더 힘들게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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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영 국립서울병원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장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경제뿐 아니라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확진자 또는 의심자로 격리됐던 사람들의 심리적 외상은 더욱 크다. 완치되거나 격리에서 해제된 뒤에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와 주변 사람의 왜곡된 시각이다.

국립서울병원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 심민영(정신재활치료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단장은 “이들의 스트레스 근간에는 사회적 낙인과 과도한 사회의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르스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사회로 복귀하는 시점이 치료받는 시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도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주변의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은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사망자 유가족, 격리자, 완치자, 격리 해제자 등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발족한 조직이다. 1:1 대면상담과 전화상담(1577-0199)을 통해 이들이 심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립서울병원은 각종 재난사태 때마다 심리지원에 투입돼 왔다. 평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명을 포함해 정신보건·재난심리 전문요원 등 12명이던 투입 인원도 이번에는 18명(전문의 7명)으로 확대됐다.

유가족 60여 명과 완치자 60여 명 등 120여 명이 지원단의 상담을 거쳐 사회로 복귀했다. 일부 심한 우울·불안 증세와 불면증을 보이는 이들은 5개 권역 국립정신병원과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전문적인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심 단장은 “국가적 재난 및 위기 상황에서는 유가족과 사고 경험자가 고위험군에 속하는데, 메르스 사태에서도 유가족이나 격리 해제자는 과도하게 걱정하는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과 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이 급성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하는 심적 상태를 겪고 있다”며 “특히 가능성이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해 ‘(재발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고, 그래도 대처할 수 없을 것이며, 치명적으로 잘못될 것’이라는 사고가 극대화된다”고 덧붙였다.

주변에선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심 단장은 “평소와 변함없이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관심과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한 뒤 도움을 요청할 때는 도와주고 배려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사소한 질문 하나라도 괴로움을 줄 수 있어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단장은 메르스로 인한 사회 불안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80%는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서는 너무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기본만 잘 지켜도 건강의 80% 이상은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심리위기지원단은 대한의사협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전문가 단체와 함께 메르스 관련 심리지원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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