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소년소녀 가장에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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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길음복지관이 선정하고 LA중앙일보와 삼호관광(대표 신성균)이 초청해 6박7일의 일정으로 4일 미국에 도착한 50명의 소년소녀 가장들의 사연이 미국 교민들을 울리고 있다.

IMF 때 부모가 행방불명된 현미(여.15), 노점 자리를 얻으려 매일같이 서울 바닥을 헤매고 다니는 아버지를 둔 재희(여.14), 가출한 어머니와 행방불명된 아버지 때문에 학교 급식을 남겨와 저녁으로 나눠먹어야 하는 진욱(15) 형제, 식도암에 걸린 홀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소진(여.12) 자매 등이 그들이다.

LA 중앙일보가 이들의 사연을 보도하자 수많은 교민들이 도움을 자청하고 나섰다. "북한에서 나무를 팔아 생계를 이어야 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보는 것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20년간 미국 공무원 생활을 하다 은퇴해 LA 인근 리시다시에 살고 있는 에이브러햄 김(67)씨는 이번에 온 아이들 가운데 다섯명 정도를 입양하거나 초청해 공부시키고 싶다고 밝히고 이들 모두를 집으로 초청,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김씨처럼 이들을 입양해 잘 공부시키겠다는 뜻을 보내온 교민이 10여명에 이른다. LA 인근에서 마켓을 운영하는 이현규(40)씨는 "나도 어렵지만 힘이 돼주고 싶다"며 "학생 한두명에게 매달 1백달러 정도를 생활비로 송금하겠다"고 약속했다.

방문 학생 가운데 한명을 입양하겠다는 뜻을 밝힌 정규옥(60.어바인 거주)씨는 "모처럼 한인사회에 넉넉한 마음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미주본사(로스앤젤레스)=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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