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롯데 흔든 도루1위 박민우

중앙일보

입력

 
"오늘은 해줄거야."

김경문 NC 감독은 2일 마산 롯데전을 앞두고 주문을 외듯 이야기했다. 전날 무안타로 부진했던 테이블세터 박민우(22)와 김종호(31)의 활약에 대한 기대였다. 둘은 마치 듣기라도 한 것처럼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특히 톱타자 박민우는 세 번이나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1회 선두타자로 나선 박민우는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때려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김종호의 좌익수 플라이 때 3루 리터치를 시도했고, 롯데 좌익수 아두치의 송구보다 먼저 도착했다. 박민우는 나성범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유유히 홈을 밟았다. 발이 만든 득점이었다. 5회에는 더 과감한 플레이를 했다. 박민우는 몸맞는공, 김종호는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이때 박민우는 투수 송승준이 공을 던지기 전에 3루로 달렸다. 롯데 내야진이 투수 송승준에게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더블스틸.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지만 팀도루 1위 NC의 위력이 드러났다.

신이 난 박민우는 8회에도 다시 베이스를 훔쳤다. 2루수 쪽 내야안타로 나간 뒤 좌완 강영식이 보는 가운데 2루로 전력질주했다. 견제에 걸리는 듯 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세이프였다. 박민우는 김종호의 희생번트, 나성범의 2루타로 득점을 올렸다. 비록 2-2 동점이 되긴 했지만 NC는 9회 말 이종욱의 2루타와 지석훈의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를 거뒀다. 박민우는 이날 기록한 도루 2개로 30개 고지를 밟으며 단독 1위를 질주했다. 3타수 2안타 2득점 2도루.

박민우는 "어제 감이 나쁘진 않았는데 좀 급했다. 그래도 저랑 종호 형이 한 번도 못 나간 다음 날에는 꼭 2번씩 나간 기분좋은 규칙이 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5회 도루 상황에 대해 "송승준 선배는 포크볼을 자주 던지고 3루수 황재균 선배도 멀리 있었다. 파울이 났을 때 종호 형에게 '나를 봐달라'는 사인을 주고, 포크볼 끼고 있길래 뛰었다"고 말했다. 8회 도루에 대해서는 "벤치에서 번트 작전이 나왔다. 사실 갈 타이밍은 아니었는데 한 번 성공을 거둬서인지 자신감이 생겼다. 유격수가 등을 돌리고 있어서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하고 강영식 선배가 로진을 만지기만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루 50개(2위)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오른 박민우는 도루왕에 대한 욕심은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50개를 성공하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20개 남았다. 종호 형(25개)에게도 늘 50개를 하자고 이야기한다. 한 팀에서 두 명이 50도루를 한 적은 없다고 들었는데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