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중공군원은 소 견제가 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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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일부터 시작된 「존·베시」 미합참의장의 중공방문은 미중공관계가 이제 군사협력의 문턱에까지 와있음을 상징한다. 「베시」장군을 초청한 중공의 양득지참모총장은 30년전 한국동란 중 미군과 대적한 야전지휘관이였다. 이 두 장성간의 대좌가 갖는 상징성은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베시」의장은 일주일동안 중공에 머무르면서 양국간의 군사적 관계를 넓히고 구체적으로는 오는 4월로 예정된 미해군구축함 3척의 중공기항문제를 확정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시」의장의 방문을 전후해서 양국간의 군사 왕래는 활발해지고 있다. 83년 9월 「와인버거」국방장관의 중공방문으로 첫돌파구가 마련된 이래 84년 8월에는 「존·레먼」미해군장관의 방문이 있었다.
지난 연말에는 중공의 해군구매사절단이 한달반동안 미국내 해군기지와 무기생산시설들을 돌아보고 갔다. 금년 후반기에는 미해군함대사렴관 「제임즈·워트킨즈」제독과 해병대 사령관 「폴·켈리」장군이 중공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와같은 미·중공군사지도자들간의 빈번한 왕래에서 드러나는 명백한 추세는 중공의 군비현대화 소망과 이를 어느정도 충족시키려는 미국측의 용의가 상당히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추세는 특히 중공의 해군력 증강에 집중되고 있다. 「베시」장군의 중공도착과 때를 맞추어 이루어진 무기판매 내용에서 그 점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중공은 미국으로부터 군함용가스 터빈, 마크46어뢰, 대잠수함 작전용 음향 탐지기, 엑조세 미사일, 접근중에 요격할 수 있는 팔랑스포 등을 구매하기로 합의했으며 스탠더드, 스페로 등 함대함 미사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육군용 무기중에서는 대전차 무기와 대공포 등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중공은 노후한 그들의 무기체제를 단번에 현대화할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시급한 부문부터 우선 순위를 정해놓고 현대화를 선별적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그 우선 순위에서 해군력증강이 맨위에 올라와 있음이 대미 구매활동에서 확인되었다. 그 이유는 중공이 해안선을 기점으로 대외통상활동을 확대하려는 새 경제정책과 남지나해의 해저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공 해군은 지금까지 해안경비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따라서 중공은 해안을 떠나서 해전을 수행할만한 함정과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대외무역을 확대함으로써 최소한 인근 해상통로 정도는 방어할 필요가 시급해진 것이다.
또 남지나해에 있는 파라셀 및 스프래틀리 군도 등 해저석유 매장지대의 영유권 문제가 중공의 해군력 증강을 재촉하고 있다.
작년 5월 스프래틀리 군도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베트남이 군사력을 증강하자 중공은 함대를 그쪽으로 출동시켰는데 이에 대용해서 베트남의 캄란만에 모항을 둔 소련함대가 그쪽으로 발진하는 것을 미국정보기관이 포착했다. 중공·대만·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이에 영유권분쟁이 잠재해 있는 이 해역의 확보를 위해서 중공은 해군력증강이 시급하다.
미국쪽에서 보면 이 해역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캄란만을 내왕하는 소련극동함대의 통로라는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 해역을 제어할 능력을 갗춘 중공해군의 등장은 미7함대의 반가운 원군을 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공해군의 현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베시」의장 방문에 미태평양지구사렴관 「윌리엄·크로」제독이 수행하고 있는 사실은 그와같은 미국측 의도를 돋보이게 한다.
대중공 무기판매에 있어서 미국이 주로 신경을 쓰는 것은 대만쪽 반발이다. 그래서 늘 미국 행정부쪽에서는 중공에 팔 무기들이 「방어용」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생각하는 방대한 작전무대를 놓고 볼 때 「방어용」인 무기가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작은 지역개념으로는 공격용이 될 수도 있고, 보다 현실적으로는 무기의 「방어용」 개념이란 별의미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중공에 판매하는 무기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어떤 보장이 있는지 한국으로서는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같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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