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주택 공급과잉, 당장 우려할 수준 아니라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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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지난해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과 관련해 업계에 파다하게 나돈 얘기 하나가 있었다. 갖고 있는 사업 물량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교감이 오고갔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 분양을 끝내야 한다고 정보를 주고 받았다.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아 조만간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주택경기가 급격이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그래서 업체들은 서로 경쟁하듯 아파트 분양물량을 쏟아냈다. 실제로 지난해 27만가구의 민간 아파트가 분양됐고 올해도 상반기 13만가구를 비롯해 연간 약 30만 가구가 시중에 홍수출하될 분위기다. 주택 전체 인·허가 물량은 이보다 훨씬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1만5000여 가구가 공급됐고 올해는 5월 현재 22만7000가구에 이른다. 대기하고 있는 물량을 감안할 때 연말에는 지난해 실적을 훌쩍 넘어서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국토교통부 권혁진 주택정책과장도 최근 한 워크숍에서 “올해 총 공급예정 물량은 55만~60만 가구로 추산된다”며 공급 과잉을 우려했다. 이 많은 주택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분양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강렬하다. 최근 부산에 분양된 한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를 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분위기는 과열로 치닫던 2000년대 중반을 보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분양도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계약금 10%만 있으면 입주때까지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금 나부 형태가 구매력을 당기게 한다.중도금은 주택업체가 무이자 대출로 충당하기 때문에 공짜처럼 느껴진다. 아마 이 맛에 아파트를 분양받는지 모른다.

 문제는 이 많은 공급량을 받쳐줄 수요는 충분하느냐이다. 통계청이 추정한 2015년 5월 현재 가구수는 1870만5000가구로 2005년에 비해 17% 증가했다. 연간 27만 가구가 늘어난 셈이다. 여기다가 집을 바꾸는 대체수요를 계산해 넣으면 공급물량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중고주택 시장도 그렇다. 지난해 거래량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수준에 육박하는 100만5100 여건이나 됐다. 그래서 호황국면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가구수및 주택수 증가분을 생각하면 미진한 구석이 적지 않다. 10년 기준 전국의 총 주택수는 1388만3500여 가구로 2005년보다 11% 늘었다. 이 수치까지 고려할 경우 거래량은 더 늘어나야 정상이다. 통계 를 분석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음이 걱정이다. 앞으로 강력한 주택구매수요층이 될 가구주 연령 20~44세의 가구가 5년 후 44만8700여 가구, 10년 후에는 80만4500여가구가 줄어든다. 이는 이들 계층 총 가구수의 8.1%, 14.2% 규모다. 이런 현상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심화된다. 집이 남아 도는 시대가 조만간 온다는 얘기다. 일본은 신규 개발보다 재건축이나 기존 주택 관리를 통해 그 해법을 찾고 있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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