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흑인교회 6일 새 6곳서 화재 … ‘인종 증오’ 방화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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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남부의 흑인 교회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실수나 사고에 의한 화재라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일부 지역은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방화로 드러나고 있다. 화재 장소엔 공통점이 있다. 백인우월주의 세력이 강한 미국 남부에서 흑인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흑인 교회들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흑인들을 겨냥한 ‘증오 범죄’와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1일부터 26일까지 남부지역 5개 주의 흑인 교회 6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동시다발적이다. 이중 3건은 방화라고 현지경찰은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워런빌의 흑인 침례교회 2곳은 화재로 전소됐다. 인명피해는 생기지 않았다.

 폴 브레슨 FBI 대변인은 온라인매체인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어떤 동기로 불을 질렀는지를 조사 중”이라며 “현재로선 화재 사건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일련의 화재가 미묘한 시기에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백인 청년 딜런 루프(21)가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감리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성경공부를 하던 흑인 목사와 신도 등 9명을 살해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화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루프의 범행은 미국 사회가 잠잠해졌다고 여겨온 백인우월주의와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깃발 논쟁’으로 이어졌다.

 인권단체들은 이런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방화로 불만을 표출하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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