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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라인으로도외환 송금 길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직장인 A씨는 최근 홍콩에 있는 대학생 딸로부터 “급하게 토플 시험을 봐야 하니 100달러를 송금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A씨가 은행 계좌를 이용해 송금했더니 수수료만 4만원이 나왔다. 돈도 3일 후에야 도착해 딸이 시험도 치르지 못할 뻔했다. 앞으론 해외 유학생 등을 둔 가정이 소액 외환 송금을 할 때 이런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외환을 송금하는 업무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기업에도 외환 송금 업무를 개방하는 내용의 ‘외환제도 개혁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1999년 이후 16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외국환거래법 손질이다.

 외국은 이미 웨스턴유니언 과 같은 기업에 외환 이체 업무를 허용했다. 이 회사들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 소액 송금액을 모으는 방식 등을 이용해 수수료를 낮춘다. 100달러를 송금하면 15달러 수수료로 즉시 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에도 송금 업무를 허용하되 한도는 건당 2000달러, 연간 5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전자지급 결제대행업체(PG·Payment Gateway)에 외국환 업무가 허용된다. 소비자가 해외 상품을 온라인으로 직거래할 때 비자나 마스터 등 해외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국내 PG사를 통해서도 결제가 가능해진다.

 또 연간 5만 달러를 해외로 송금하거나 하루에 2만 달러 이상의 외환을 받을 때 은행에 증빙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제도도 폐지된다. 외환거래가 필요한 경우엔 거래액에 상관없이 은행에 사유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거래가 가능해진다. 또 기업이 해외에서 50만 달러를 초과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만기일로부터 3년 이내에 국내로 회수하도록 한 제도도 폐지된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도 해외 투자를 확대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다만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는 만큼 적절한 안전장치를 갖출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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