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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6월 당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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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달의 심사평] 백목련 꽃 피고 지기까지 긴장감·음악성 잘 녹여내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다수의 사람들이 그 소재를 시화하여 응모했다. 이달에도 그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그 대상이 메르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슈가 되는 시대적 사건을 시화하지 말란 것은 아니다. 다만 시적 완성도를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퇴고의 과정을 거친 후에 응모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특히 습작과정에 있는 이들에게 다독이고 삭이는 발효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남과 동일한 생각과 표현으론 결코 독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이달의 장원으로 김연희의 ‘그 곁’을 뽑는다. 백목련 개화의 순간에서 처연히 지는 시간까지를 단수 속에 잘 녹여 넣었다.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그 곁’의 반복을 통해 긴장감과 음악성을 끝까지 잃지 않은 미덕이 있다. 아쉬운 점은 이미지는 얻었지만 그 너머의 사유에 닿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냥 풍경으로 남을 것이냐,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 될 것인가는 시적 본질과도 연결된다. 함께 보낸 작품들에서도 믿음을 갖게 하는데 이 점을 유념한다면 더 좋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차상엔 공화순의 ‘꽃눈개비 몸살’을 뽑았다. 4월 꽃잎의 찬란한 낙화를 꽃눈개비라는 시어를 차용한 것에 점수를 준다. 비교적 장과 구가 안정되어 있고, 시조의 맥을 아는 시인이란 믿음이 간다. ‘꽃필 땐 아프다지, 묵은 피 다 쏟아내고’ 같은 구절에서 운율을 얻은 것이 완성도를 높이는 힘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꽃눈개비가 그저 하나의 풍경에 머물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차하는 이누리의 ‘왕골꽃’이다. 왕골꽃 줄기를 보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시대를 짐 지며 살아온 아버지의 무게를 생각한다. 자칫 상투성에 그칠 우려가 있었지만 둘째 수 종장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무념의 시간’ 같은 관념어를 피했다면 더 나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이밖에도 안창섭·김양희·윤가람·송걸 등의 작품이 끝까지 논의되었다. 집중도를 높여 열심히 습작하는 흔적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언제나 무릎을 칠 한 수를 간절히 기다린다. 치열한 도전과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 이달균·박명숙(대표집필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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