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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중장기적인 가뭄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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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6월 20일 26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단비 내린다고 가뭄 대책까지 잊어선 안 돼

긴 가뭄 속에 오늘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갈라진 논바닥을 보며 기우제까지 지내는 상황이라 모처럼 내리는 비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24일부터는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뒤늦게 장마도 시작될 것이란 기상청 예보도 있다. 가뭄이 극심한 중부 지방의 경우 완전 해갈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한결 마음이 놓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잊어선 안 될 것이 지난 한 달간 메르스 사태로 42년 만에 가장 심각했던 중부 지방과 동해안의 가뭄 실상이 상당 부분 가려졌다는 점이다. 저수지와 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경기·강원 지역의 농촌에서는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앞두고 농업용수가 부족해 농민들이 애를 태웠고,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제한급수로 식수마저 끊기는 고통을 겪었다. 장마가 본격화되면 이런 어려움은 금방 사라질 수도 있다. 가뭄 때에는 항구적인 대책을 요구하다가도 해갈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고 마는 어리석음을 이번에도 반복해야 할 것인가.

 기상·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심각한 가뭄이 갈수록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3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국내에서는 4~6년 주기로 심한 가뭄이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고 갈수록 가뭄도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상화된 가뭄, 2년 이상 지속되는 가뭄 등 극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가뭄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는 묵시록이나 다름없다. 국내 수자원이 10% 부족하면 국내총생산(GDP)은 6조4000억원이, 50%가 부족하면 146조원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4대 강 사업’을 진행했다. 한강 등 4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쌓았다. 하지만 홍수 때는 보가 걸림돌이 되고, 가뭄 때는 가둬놓은 물을 가뭄 지역에 보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7년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이런 정치적 논란을 떠나 중장기적 수자원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파괴는 최소화하면서 수자원 확보를 위해 지류·상류에 지역 맞춤형 미니댐을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철저한 환경영향평가와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 등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 때 실시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도 제대로 진행됐는지 검토하고 차제에 보완할 점은 보완해야 한다. 인공강우 기술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 미국·중국은 식량증산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이미 인공강우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 절약은 그 자체가 수자원 확보다. 도시에서는 빗물을 지하에 저장했다가 활용하고,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걸러 청소용수 등 허드렛물로 재활용하는 중(中)수도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극단적인 가뭄·홍수 피해를 예방하려면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후의 역습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겨레 <2015년 6월 11일 31면>

메르스 충격에 가린 ‘심각한 가뭄’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가뭄이 심상찮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한 달 가까이 온 나라를 휩쓰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뭄마저 전국 곳곳을 바짝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가뭄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수량은 평년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들어 수도권과 강원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각각 평년치의 56.7%, 58.5%에 그쳤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가 오지 않다 보니 전국 주요 댐의 저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집계를 보면, 10일 오후 3시30분 현재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의 수위는 153.39m까지 떨어졌다. 1973년 댐 준공 이후 역대 최저치인 151.93m(1978년 6월24일)까지 채 2m도 남지 않았다. 저수율도 26.8%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대로 가다간 발전 중단 수위인 150m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크다. 같은 시각 기준으로 충주댐의 저수율도 23.3%에 그치고 있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도 전국 곳곳에 수두룩하다.

 당장 가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업용수가 없어 모내기를 포기하는 지역이 늘고, 어렵사리 모내기를 마친 논이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사례도 잇따른다. 이날 현재 전국 논 2181㏊, 밭 2766㏊가 말라붙었다. 가뭄 피해는 농민뿐 아니라 채소 가격 급등 등 도시민의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배추와 감자, 대파 등 주요 채소 가격은 평년보다 40~50%까지 급등했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 감소에도 가격이 이 정도 뛸 정도니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메르스 사태에 총력 대응해야 하는 정부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가뭄 피해에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우리에게 가뭄이 이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가뭄이 일상화할 것이라 내다본다. 이미 우리나라는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우리나라의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 정도다.

 물은 지속적인 경제발전뿐 아니라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 자원이다. 가뭄이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떠올랐으니,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후세대까지 시야를 넓힌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종합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간이 용수원 개발 같은 시급한 조처가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거기에 그쳐선 안 된다. 가뭄을 이겨내는 데도 골든타임은 존재한다.

논리 vs 논리

구체적인 물 절약 방안 vs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계속되는 가뭄으로 물이 빠진 소양호 바닥이 메말라 완전히 갈라졌다. 소양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강원도 인제군 관대리 주민 이모씨(오른쪽 위)는 “이런 가뭄은 난생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한반도 중부 지방과 북부 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경기·강원 등 북부 지역의 논밭이 타 들어가고 있다. 예년 같으면 6월 25일 정도면 시작하던 장마도 올해는 늦어질 전망이란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집중하던 정치권도 가뭄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지난 6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강화군 흥왕저수지와 인근 농지를 찾아 지역 농업인을 위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가뭄 때 저수지 바닥의 흙을 긁어내는 준설작업을 조속히 추진해 저수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관·군이 협력해 가뭄 극복에 총력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6월 14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원예농협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앙정부는 가뭄 해결을 위해 지자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홍수 피해나 가뭄 예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4대 강에 많은 돈을 퍼부은 것은 아주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비판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의 사설 제목을 보자. ‘단비 내린다고 가뭄 대책까지 잊어선 안 돼’이다. 중부 지방은 7월 초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해갈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땜질식 처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가뭄 대책에 대한 중앙의 기본 입장이다. “가뭄 때에는 항구적인 대책을 요구하다가도 해갈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고 마는 어리석음을 이번에도 반복해야 할 것인가”라는 구절에서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중앙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메르스 충격에 가린 심각한 가뭄’이라는 한겨레의 사설 제목은 이번 가뭄의 심각성을 직설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실제로 올해 가뭄은 38년 주기로 돌아오는 대가뭄인 동시에 128년 만에 찾아오는 극대가뭄의 시작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기후학자도 있다. 한겨레는 각종 수치를 동원해 가뭄의 심각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금의 가뭄 추세가 계속되면 소양강댐의 수위가 발전 중단 수위인 150m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한겨레는 가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한겨레가 가장 크게 주목하고 있는 것은 모내기를 포기하는 농민, 채소 가격 급등에 따른 도시민의 고통 등 가뭄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이다.

 중앙과 한겨레 모두 가뭄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중앙은 환경부와 기상청의 자료를 거론하며 기후변화로 인해 심한 가뭄의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고 갈수록 가뭄도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 역시 가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수’로 자리 잡았음을 지적한다. 가뭄의 일상화, 이것이 한겨레가 진단하는 가뭄의 현재이자 미래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가뭄을 상시적인 위협으로 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그 해법에 있어서도 중장기적인 가뭄대책 마련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제시한다. 한겨레 사설은 “가뭄이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떠올랐으니,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후세대까지 시야를 넓힌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종합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치수(治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영역이다. 한겨레는 중장기적 치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주체로서 ‘정부’를 적시하고 있다.

 한겨레가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대책을 촉구하는 등 거시적 차원에서 논조를 펴고 있다면 중앙의 문제의식과 해법은 좀 더 현실적이고 탈정치적이다. 중앙은 4대 강의 준설작업과 보 건설로 확보된 물을 가뭄 지역에 보낼 수 없다는 효과성 논란이 정치적이라고 지적한다. 가뭄을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류·상류 지역에 지역 맞춤형 미니댐 건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보완, 인공강우 기술 활용, 빗물 재활용,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재활용, 기후 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의 수용 등 중앙의 가뭄 대책은 매우 구체적이다.

김보일
배문고 교사

 그러나 4대 강의 보 건설로 확보된 충분한 수량이 가뭄 취약지역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원(水源)과 가뭄 취약지구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한겨레가 말하는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종합대책이 필요한 것도 이 대목에서일 것이다. 가뭄 해결은 시민 차원에서 실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책과 협상을 필요로 하는 정치 차원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김보일
배문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