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9 to 6’ 고정관념 깼더니 … 생산성, 삶의 질 함께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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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7·4제가 정착되면서 업무의 질은 높아지고 임직원을 비롯한 ‘삼성 가족’의 삶이 변화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
다. 사진은 지난 5월 삼성디지털시티 봄나들이 행사에서 열린 경찰과 3군 사령부 의장대 퍼레이드 이벤트 모습. [사진 삼성]

“아침 7시 내지 7시30분에 시작해서 오후 4~5시 사이에 일과를 끝내 보세요. 그래서 귀가하기 전에 어느 곳을 들러서 운동을 하든지, 친구를 만나든지, 어학 등 공부를 하든지 하고 6시30분 전에 집에 들어가라는 겁니다.”-1993년 신경영 대장정, 이건희.

이건희 회장의 직접 지시에 의해 시작된 7·4제는 질 위주의 경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먼저 직원들 삶의 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이 회장은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퇴근 후 자기계발을 하는 7·4제를 통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자율적 변화를 요구한 것이었다. 이것은 신경영의 변화와 혁신이 근본적으로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른바 ‘자율 경영’에 근거한 것이다.

삼성그룹 내에서 7·4제가 정착되면서 근본 취지인 업무의 양은 줄이면서 업무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임직원을 비롯한 ‘삼성 가족’의 삶이 변화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7·4제가 추구한 변화의 첫 번째는 임직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오후 4시에 퇴근한 임직원들은 차츰 자기계발을 하기 시작했고, 일찍 귀가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임직원 삶의 질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새벽형 인간’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가 하면 퇴근 후 직장인의 자기계발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풍토는 타 기업과 사회 전반에 전파되면서 자율을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 노력이 혁신의 기본자세로 자리잡아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공익적으로도 기여했다.

2012년부터 주당 40시간을 일하면 하루에 최소한 4시간만 일해도 되는 ‘하루 4시간 근무제도’가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일부 연구소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를 활용하면 연구원들은 통상적인 1일 8시간 근무를 9시간으로 늘리고 주중에 하루는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일기획 같은 경우에도 플렉서블 출근과 재택근무를 시도하는 등 모바일 환경에 힘입어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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